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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다보호 더는 미룰수없다] (10)대마도와 이끼섬의 산호초 찾아가기
"대마도·이끼섬 산호초, 제주 수중생태계 변화 퍼즐"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입력 : 2023. 09.04. 00:00:00
대마도 산호초, 2012년 공식 발표 이후 관련 연구 지속
대마도·이끼섬 해역 주변과 비교해 수온상승 가장 높아
열대 산호초에 흔한 아크로포라보다 파비아 속 종 우세


[한라일보] "산호초라고 하면 대개 따뜻하고 수정처럼 맑은 물속을 유영하는 스쿠버 다이버를 떠올릴 것이다. 맞는 말이다. 전 세계 산호초의 90% 이상이 열대 지방에 있다. 대마도 산호초는 열대 지역의 다른 산호초보다 350㎞나 떨어져 있고, 겨울철 수온은 13℃에 불과하다." 이렇게 지구상 최북단에 위치하는 대마도의 산호초를 온라인 자연 잡지 '우리의 놀라운 행성(Our Amazing Planet)'은 소개하고 있다.

대마도에 새로 조성되고 있는 산호초가 있는 오오하야마 해수욕장. 해안의 폭이 약 250m이고 그 정도 길이 정도로 나가면 방파제가 있는 가장은 높은 곳의 수심이 약 50cm 정도이고 그 너머에 산호초가 조성되고 있다. 제종길 사진

독자 여러분은 제주도와 그 주변 바다가 나와 있는 지도를 펼쳐보시길 권한다. 대마도는 부산 바로 앞에 있으니 찾기가 쉽고, 그 동남쪽에 작은 이끼섬(Iki Island, 岐島)만 찾으면 된다. 세 섬을 함께 봐주기를 바란다. 2009년에 이끼섬을 방문했다. 한·일 공동으로 '산호골격을 이용한 해양환경 복원연구'를 하는 팀을 따라갔다. 참관이 목적이었다. 연구자들은 내심 조초산호가 살았던 고환경을 추적하여 산호초가 북상하는 것을 예측하고 싶어 했다. 그때까진 모두 이끼섬이 최북단 산호초로 알고 있었다. 이끼섬의 것도 1996년에 발견했다는 정보만 가지고 있던 터라 근년에 형성된 산호초였거니 했었다. 4000년 가까이 된 산호초인지도 몰랐다. 몇 년 후인 2014년에 대마도에도 산호초가 있다는 믿기지 않은 뉴스를 접했다. 위 온라인 뉴스는 대마도 산호초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2012년에 나온 것이다. 이 산호초의 나이도 4300년이나 되었다. 두 섬의 산호초 소식을 듣고 아마 다른 연구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이후 양국의 일본 해양과학자들이 연관된 연구를 지속해서 해오고 있다.



이웃 섬들 찾아가기


이끼섬 이후 제주도를 방문할 때마다 언제나 궁리하였다. 어떻게 하면 이곳을 가볼 수 있을까? 현역 연구자도 아니고 연구팀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연구비를 조달하거나 연구팀을 꾸릴 수가 없었다.

문헌에서 본 대마도. 기존에 있는 산호초 구성 종과는 다른 아크로포라 속으로 보이는 종이 우세했다. 김성훈 사진

어느 날 방안을 세웠다. 혼자 가보는 것이었다. 현장을 보면 뭔가 영감이 떠오르겠지 했다. 그러면 글을 쓸 수 있다. 수중에 드나드는 다이버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자주 이 이야기를 하곤 했다. 꿈은 꾸면 실현된다더니. 두 분이 함께하겠다고 자원했다. 완전 자원봉사로 말이다. 한 분은 장필순 한국수중과학회 회장이고, 다른 한 분은 일본 요코하마대학교 교수로 은퇴한 김성훈 경북대학교 명예교수였다.

지난 6월 말에 대마도로 향했다. 남쪽 섬에 있는 최대 도시 이즈하라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약 10㎞ 떨어진 동쪽 해안에 있는 오오타하마(太田浜) 해수욕장을 찾았다. 산호초가 새로 생기고 있다는 정보를 들어서다. 해안에서 200여m 정도에 테트라포드를 쌓아 만든 방파제를 넘자 수심이 3∼5m로 깊어지고 새롭게 자리 잡은 산호초 지대가 펼쳐져 있었다. 놀라웠다. 20년이 채 되지 않은 곳이라 했다.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류들이 많았지만 큰 갈조류들은 보이지 않았고, 바닥에는 열대 해삼류가 다수 서식하고 있었다.



너무나 큰 변화에 두려움을 느끼다


이곳 외에 대마도에는 예전부터 여러 곳에 더 산호초가 있었다. 어민들은 오래전부터 산호초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그것을 '카세(カセ)'라고 했다. 그래서 미쯔시마마치(美律島町)에는 그런 산호초가 있는 작은 만을 '카세우라(加世浦)'라고 불렀다고 한다.

대마도 네오섬 주변 바다도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아직 큰 초를 형성하지는 않았으나 여러 곳에 조초산호를 발견했다. 김성훈 사진

이 이야기는 2014년에 '대마시 해양보호구 과학위원회'가 위원회 보고서에서 읽은 것이다. 보고서가 나온 당시에 이미 섬 전체에서 갈조류밭이 사라지고 있었고, 따라서 전복이나 소라 등의 어획량도 감소하였다. 이를 백화현상라고 했으며 원인을 잘 몰라 했으나, 현재에는 해수온 상승인 것으로 이해하는 것 같았다.

두 번째 대마도 방문은 8월에 이루어졌다. 두 자원봉사가가 수년 전에 방문한 적이 있는 네오 섬 앞 바다에서 다이빙했다. 미쯔시마마치 수협 포구에서 출발하면 배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수심 15m 내외인 곳으로 오오타하마 해변에서 직선거리로 약 3㎞ 남쪽에 있었다. 불과 6∼7년 전만 하더라도 갈조류와 연성 산호가 많은 곳이었으나, 수중 암반은 대부분 민둥산과 같은 황폐한 벌판처럼 변했다. 대형 해조류는 찾을 수 없었다. 테이블 모양의 조초산호와 여러 종류의 돌산호들은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다이빙 안내자는 무관심하게 "변화가 너무 빠르다"라고 했다.



퍼즐 맞추기를 시작하다


다시 기억을 되살려 14년 전에 방문한 이끼섬 이야기를 해보자.

이끼 섬의 카이죠오우 돌산호들. 이들은 산호초 정상부 평탄 지형에 형성되고 경사면으로 가면 요우죠우 (葉狀) 돌산호들이 나타난다. 이키대아니노무라 제공

섬 서해안 중부에 있는 우에무라 진주양식장의 부두에서 출발하여 10분만에 도착한 해안에서 보트 다이빙을 했는데 수심 2m 정도의 얕은 곳에 산호초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평평한 지대에서 경사면 따라 수심 5m 정도까지 살펴보았다. 여느 열대 산호초와는 완연히 달랐다.

파도가 없는 날이었음에도 탁도가 높아 시야가 5m를 넘지 않았다. 대마도와 마찬가지로 덩어리형 즉 일본 말로는 '카이죠오우(塊狀 괴상)'가 대부분이었다. 흐릿한 시야에서 바위들이 엉켜있는 모습이 거대하게 다가왔다. 대마도와 이끼섬이 있는 해역은 주변 해역과 비교해 지난 100년간 수온 상승이 가장 높은 곳이었다. 두 섬에서는 거품돌산호는 발견하지 못했다. 대마도에서는 단풍돌산호류를 발견하였으나 많지 않아 보였다. 여러 학자들의 발표한 문헌에 따르면 오키나와 등의 열대 산호초에 흔한 아크로포라(Acropora) 속보다는 파비아(Favia) 속과 에키노파이리아(Echinophyllia) 속 종들이 우세했다. 소히 덩어리형과 잎사귀 형 산호들이다. 그리고 탁한 보호된 만의 얕은 수심대에 자리를 자리 잡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야 기후 변화에 따른 제주 수중생태계 변화에 대한 퍼즐의 한쪽을 맞춘 것 같다.<제종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수석위원·제주바다포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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