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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보상태' 제주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돌파구 찾나
道, 질병관리청에 설립 절차 개선 방안 담은 건의문 제출
현 절차 예산 먼저 확보 후 설립 권역·의료기관 선정 방식
개선안 의료기관 예비지정 후 예타 거쳐 타당성 통과시 설립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24. 01.31. 21:37:31
[한라일보] 대통령 공약임에도 부처 간 이견으로 번번이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지역에서 탈락한 제주도가 정부에 설립 절차를 변경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꽉 막힌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문제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4일 질병관리청에 감염병 전문병원 선정 절차에 대한 개선 의견이 담긴 건의문을 제출했다고 31일 밝혔다.

감염병 전문병원은 독립적인 감염병 병동을 운영하며 환자 치료를 전담하고 권역 내 환자 배정과 전원 업무를 도맡는 의료기관을 말한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2016년 용역 결과를 토대로 각 권역별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에 나서고 있다. 당시 용역 결과 제주, 인천, 중부, 영남, 호남 등 전국 5개 권역에 감염병 전문병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제주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윤 정부 출범 후에도 제주는 설립 권역에서 번번이 탈락했다.

질병관리청이 2년 연속 제주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위한 실시설계비를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 반대로 정부 예산안에 매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반대 이유로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없이 각 권역별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내세웠다. 예타 제도는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이면서 정부 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사업에 대해 경제적 타당성을 미리 검증해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감염병 전문병원 국비 지원 규모는 36병상을 운영할 때 필요한 450억원으로 고정돼 있다.

언뜻 보면 국비 예산이 500억원 미만이기 때문에 예타 조사 대상이 아닌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감염병전문병원에 선정된 각 의료기관들이 36병상으로는 경제성이 없다며 그 이상으로 병원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감염병전문병원에 선정된 서울의 한 의료기관은 국비 450억원에 더해 총 사업비 3000여억원 규모로 병원을 짓고 있고, 나머지 선정 권역에서도 사업비가 500억원을 초과했다.

감염병전문병원 선정 절차는 '예산 확보-권역 선정-의료기관 지정' 등 예산부터 확보해야 나머지 단계를 밟을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제주는 '예타 조사가 먼저'라는 기재부의 논리에 첫 문턱조차 넘지 못하다보니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제주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비 지정'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예산 확보를 전제로 설립에 나서는 지금의 방식에서 벗어나 설립 권역을 먼저 선정한 뒤 공모를 통해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의료기관을 예비로 지정하고, 이후 예타를 거쳐 경제성 타당성이 충분한다고 판단되면 예산을 배정해 본 지정에 나서자는 게 제주도의 제안이다.

도 관계자는 "만약 이런 식으로 설립 절차를 변경하면 예타가 필요하다는 기재부의 요구도 반영할 수 있다"며 "조만간 질병관리청을 방문해 우리 측이 제안한 개선 방안을 놓고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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