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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59)촛불-김귀례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4. 03.19. 00:00:00
나의 눈물을 위로한다고

말하지 말라

나의 삶은 눈물 흘리는 데 있다

너희의 무릎을 꿇리는 데 있다

십자고상과 만다라 곁에

청순한 모습으로 서 있다고 좋아하지 말라

눈물 흘리지 않는 삶과 무릎 꿇지 못하는 삶을

오래 사는 삶이라고 부러워하지 말라

작아지지 않는 삶을 박수치지 말라

나는 커갈수록 작아져야 하고

나는 아름다워질수록 눈물이 많아야 하고

나는 높아질수록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삽화=배수연



외딴길에서 작은 교회를 만나면 발길을 멈추고 들어가 보는 경우가 있다. 거북한 데가 없는 그런 공간에 마음이 끌리기 때문이다. 불빛이 없고 자연광에 깔린 사물들이 보드랍게 낮아져 있을 때 문득 긴 의자 한쪽에 사람이 앉아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 실루엣은 울고 있다 해도 맞고, 무릎을 꿇고 있다 해도 맞다. 내가 눈물 흘려 내 무릎을 꿇릴 수 있다면 얼마나 훌륭한 기도이겠는가. 내가 눈물 흘려 너의 무릎을 꿇릴 수 있다는 건 건 꿈 같은 일에 속하지만.

하라, 마라 같은 말은 강한 인상을 띠고 있지만 시에서는 힘을 쓰기가 어렵다. 그만큼 명상과 사유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말에 딸린 땅이 작을수록 따스함이나 다정함도 적어진다. 그럼에도, 확고한 전언을 던지고 싶은 시인은 촛불을 비유 삼는다. 가녀린 눈물과 작아짐과 사라짐의 그 뜨거운 존재를 높이며. 마치 촛불의 경작지는 인간의 어두운 영혼이라는 듯.

그리고 우리-나와 너-말고는 다른 촛불이 없다는 말을 드러나지 않게 숨겨둔다. 오! 어둑한 데서 타고, 남은 빛이 꺼져가며 우리를 사로잡는 힘-부끄러움에 대하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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