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4·3의 그 끔찍했던 참상은 여전히 생생하게 다가온다. 남도의 섬에서 어떻게 그런 비극이 발생했는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수년간 제주섬에서 잔혹한 '인간사냥'이 자행돼서다. 군·경이 마을을 지나다 공격을 받았다고 주민들을 모아 죽이고 좌익 혐의로 집단총살하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이런 국가폭력에 맞서 당시 제주도민들의 소중한 목숨을 살린 경찰이 마침내 빛을 보고 있다. 그 주인공은 고(故) 문형순 전 제주도 성산포경찰서장이다. 제주4·3 당시 부당한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수많은 양민을 구한 '제주판 쉰들러'로 불리는 문 전 서장이 엊그제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고인은 1949년 모슬포경찰서장 당시 4·3이 휘몰아칠 때 좌익 혐의로 처형 위기에 처한 지역주민 100여명을 자수하도록 한 후 풀어줬다. 또 고인은 1950년 성산포경찰서장으로 재임할 때 예비검속을 당한 295명을 총살하라는 군의 명령을 거부해 많은 양민의 목숨을 살렸다. 문 전 서장은 4·3 당시 무고한 제주도민의 목숨만 구한 것이 아니다. 신흥무관학교(만주의 독립군 양성학교)를 졸업한 그는 1920년대 만주에서 항일운동을 했다. 1930년대에는 중국 허베이에서 지하공작대로, 1945년에는 임시정부 광복군으로 활약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이 문 전 서장의 독립운동 역사자료를 발굴해 수차례 심사를 요청했으나 독립유공자 서훈은 끝내 받지 못했다. 한국전쟁 참전유공자는 됐지만 그의 참된 생애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국가폭력이 횡행했던 4·3 당시 보여준 '의로운 경찰'을 받들고 기려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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