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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3)선덕사 주차장∼효돈천변∼수악길∼동백길∼영천변∼서귀포학생문화원 야영수련장
아득한 숲길 곳곳에 간직한 아픈 역사의 숨결 새기다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입력 : 2024. 07.05. 04:00:00

지난달 15일 진행된 '2024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행사에 함께한 참가자들이 선돌선원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오승국 시인

입석동과 연관된 우람한 선돌에
4·3 피신처 궤와 화전 옛터 보고
헬기 날개 닮은 신기한 단풍꽃도




[한라일보] 유월 중순, 푸르름 가득한 신록의 계절은 계속되고 있다. 서귀포 시내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의 모습은 웅장하다. 아마 태초의 화산 폭발시 용암지각운동은 서귀포 쪽으로 급격히 흘렀나 보다. 우리가 걸었던 영천과 효돈천의 독특한 식생과 급변직하의 하천 모습이 여실히 그걸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15일 진행된 한라일보의 '2024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행사는 오름길 하나 없는 12㎞의 온통 푸르른 숲길이었다. 솔오름 북쪽, 해발 700m의 선돌 지경까지는 제주 난대림의 유일한 극상 상태를 형성한다. 극상 상태는 다양한 외부환경의 변화에도 변하지 않은 식물군락 환경을 말한다. 그 높은 길을 걸으면서도 웅장한 나무숲이 시야를 막아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아름다운 도시 서귀포 시내와 점점이 떠있는 섬들의 바다를 볼 수 없어 못내 아쉬웠다.

미나리아재비

노랑제주무엽란

죽순

반하

영천동 선돌지역은 한라산 영실과 더불어 신기가 강한 곳으로 알려져 예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수행승들이 하천변 토굴에서 정진했다고 전해진다.

마삭줄

지금도 선덕사와 효명사, 두타사, 선돌선원, 남국선원, 대소암자, 베델기도원 등 불교사찰을 중심으로 다양한 종교의 수행처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선덕사 맞은편에는 일제강점기 때 효돈천 물을 끌어들여 논을 조성하다 실패한 땅이 밭으로 변해 있다. 지금도 그 당시의 유산인 언물저수지와 수로가 효명사 옆 효돈천과 '올란도' 근처에 남아 있다.

선돌 방향을 향해 걷는다. 올라가는 길이 단아하고 깨끗하다. 40년 전, 이 길을 만든 주지 스님의 땀이 배어나온다. 소나무와 삼나무 향이 살갑게 다가오고 동쪽 기슭 효돈천 계곡물 소리가 멀리서 울리는 쇠북소리처럼 들린다. 선돌선원의 드넓은 광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소박하게 지은 법당과 연자방아, 연못, 대나무가 조화를 이루고 반대쪽에는 붉은 노적송이 설법을 하듯 서있다. 특히 뒤편에 50m 높이로 솟아 있는 선돌처럼 연못과 마당에는 모든 석상들이 선돌처럼 서있다.

아, 여기서는 저 우람한 선돌, 그 자체가 부처였구나. 선돌은 이 지역의 모든 것을 규정한다. 서귀포시 영천동 지도의 '입석동(立石洞)'은 선돌의 한자표기이다. 이곳 선돌선원은 일제강점기 시대 4가구가 살았던 '선돌화전' 옛터이다. 이곳 동쪽 효명사 북쪽 '올란도'에도 2곳의 화전마을이 있었고 지금도 집터와 돌담 등이 4·3피신처와 함께 숲속에 남아 있다.

다시 '고정모루' 등성이를 걷는다. 영천지류인 '석금내'를 건너 2시간의 오르막길을 터벅터벅 걸었다. 힘들게 오르다 보니 4·3 당시 주민들이 피신했던 '궤'가 보인다. 입구에는 방어벽 돌담이 쌓여 있다. 고정모루 정상에서 도시락 오찬을 마치고 다시 걷는다.

한라산둘레길인 수악길과 동백길로 이어진다. 일제강점기 표고재배 구역인 8, 9림반 지역이며, 졸참·동백·서어·산딸·때죽·단풍·참꽃·쥐똥·윤노리 나무 등이 빽빽이 자라고, 둥글레·으름난초·참비비추 등 초본류, 석송·고비 등의 양치류가 숲 밑에 자라고 있다. 숲길이다 보니 비교적 야생화는 잘 보이지 않는다. 작살나무가 꽃망울을 내밀고 단풍나무 꽃이 헬리콥터 날개처럼 빙글빙글 돌며 낙화한다.

오승국 시인/제주작가회의 회장

동백길과 수악길 갈림길에서 휴식을 하던 중, 오늘 옵저버로 참가한 한상봉씨('제주 4·3시기 군·경 주둔소' 저자)는 "일제시대 표고장을 연결하는 임도가 만들어진 후 1935년 제1, 2횡단도로가 조성되며 표고장 임도와 연결된 것이다. 결7호작전을 준비하는 동안 속칭 하찌마키 군사용 길이 완성된다"며 한라산둘레길의 전사를 들려주었다.

하산길이 좁고 거칠다. 그러나 직빠구리와 휘파람새의 독특한 소리와 이제 갓 꽃을 피운 산수국이 우리의 땀방울을 위로한다. '밧침모루' 지경 영천변을 따라 내려오다 '동산벌른내'를 건너 서귀포학생문화원 야영수련장 종착점에 도착했다. 한 없이 걸었던 오늘의 숲길, 피곤함을 위로해준 숲의 치유를 오래오래 마음속에 간직하시길.

<오승국 시인/제주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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