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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범의 월요논단] 롤스로이스 막걸리와 건입동 특산주 만덕7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입력 : 2024. 07.07. 22:00:00
[한라일보] 몇 년 전 막걸리 시장이 떠들썩했던 한 사건이 있었다. 땅끝마을 전남 해남의 해창주조가 내놓은 공장도가 11만원짜리 '해창 18도' 막걸리 등장 때문이었다. 제품이 출시되자 시장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당시 신문지상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통해 해창주조 대표는 "막걸리는 왜 늘 1달러 짜리여야 하는가"라고 도발적으로 반문했다. 좋은 재료와 좋은 방식으로 좋은 술을 빚어낸다는 자부심에 비해 1000원대 값싼 술로 각인되던 막걸리에 대한 세간의 고정관념과 편견에 맞서는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다.

이후 유명자동차 브랜드를 병에 그려넣은 '해창 롤스로이스' 막걸리는 셀럽들의 극찬이 이어졌고, 유명세를 탔다. 병당 10만원이 넘는 고가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애주가라면 꼭 한번은 맛보고 싶은 술이 되었다.

지난달 만덕양조 현판식과 시음회를 성황리에 마치고, 곧바로 제주특산주 만덕7이 김만덕객주에서 공식 출시되었다. 지역사회의 뜨거운 관심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서울 강남에서 열린 '제주와의 약속' 선포식에 만덕7이 선보였고, 이날 시음주가 전량 소진될 만큼 호평이 이어지면서 전국적인 관심도 받았다. 새로운 제주술에 대한 수요와 기대가 반영된 여론의 반응으로 해석된다.

만덕양조는 도전과 나눔의 김만덕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나가고자 하는 마을기업이다. 만덕7은 건입동 주민들이 만들고, 건입동과 제주시 원도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제주술이다. 건입동과 제주시 원도심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마을 어르신들과 취약계층의 급식지원에 사용하며, 더불어 김만덕 객주 활성화도 기대한다. 건입동 주민들이 십시일반 출자금을 모아 마을기업 만덕양조를 세운 이유다.

하지만 창고를 고쳐만든 소박한 양조장의 여건상 대량 생산은 어렵다. 국내산 최상품 햅쌀과 국산 누룩, 제주의 깨끗한 물로만 빚다 보니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인공감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제주술 본연의 깊고 진한 맛과 풍미를 내고자 발효숙성 시간도 기존 막걸리 보다 길다.

물론 혹자에게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 할 수 있고, 맛 역시 개인의 취향과 기호이기에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다. 때문에 당장 큰 매출을 올리기보다 만덕양조의 창립 정신을 지키고 유지해 마을공동체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당면 과제다.

김만덕은 불안한 환경과 시대의 한계에 맞서 도전하고 개척해 이상을 실현했던 분이다. 김만덕이 200년전 산지포구에 열었던 물산객주에는 운영원칙이 있었다. 눈앞의 이익보다 합리적이고 알맞은 가격으로 사고팔고, 정직한 믿음을 팔아 돈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김만덕이라는 이름을 브랜드화한 마을기업 만덕양조에게도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원칙이다. 김만덕 브랜드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귀한 술, 제주술 만덕7이 될 수 있도록 제주사회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 <김명범 행정학박사·제주공공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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