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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포커스] 국회의원 법안 발의, 이대로 좋은가
자동폐기 불명예… 반면교사 삼아야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입력 : 2024. 07.18. 01:00:00
도민 항공운임 지원 법안
21대 국회서 논의도 못해
재정 부담에도 추계 없어
임기 끝엔 폐기 수순 수모
22대 벌써 현안 법안 봇물
다방면 자문·도청협업 중요

[한라일보] 국회의원은 행정부와 더불어 법안 발의권을 가지고 있는 기관으로, 입법권은 국회의원의 권리이자 의무다. 이들의 입법활동은 의원 개개인의 성실성과 전문성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다. 이에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발의한 법안을 끝까지 책임지고 처리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지만, 법안 발의 후 뒷심을 발휘하지 못해 임기가 다하면 폐기 처분의 수모를 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

22대 국회 들어 제주 주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법안들이 봇물처럼 발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법안이 임기 만료 폐기라는 불명예를 안지 않으려면 법안 통과를 위한 총력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욕적으로 법안 발의를 하지만 제대로된 논의도 이뤄지지 않는다면 도민에게는 희망고문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문턱 못 넘는 지역법안

특히 제주도민 등 일부 지역민만 혜택을 보게 되는 정책을 담은 법안에 대해서는 국회 문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나 국회 상임위 모두 '지역 형평성'을 거론하며 신중 검토하기 일쑤다. 이를 돌파할 수 있는 명분과 논리, 구체적인 예산 소요 전망치 등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법안은 외면받기 마련이다.

21대 국회 사례를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제주시을)이 발의한 '항공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제주를 비롯한 섬 지역 주민들에게 국가 등이 항공운임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어서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도민들의 기대와 달리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서 단 한 차례로 논의가 되지 않았고 결국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법안이 발의될 때부터 정부·국회 설득이 어렵고 논의 기간도 너무 짧아 관심만 끌다 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는데, 역시나 허탈감만 안겨줬다.

법안이 상임위에서 심의되는 기회가 마련됐더라도 공감대를 얻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 투입이 수반되는 사안이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재정이 필요한지 추계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용추계를 담당하는 국회예산정책처는 "재정 소요를 파악하기 곤란하므로 비용추계서를 미첨부하는 사유에 해당한다"며 비용추계서를 첨부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모든 법안 발의 시 비용추계가 의무는 아니다. 의안의 내용이 선언적·권고적인 형식으로 규정되는 등 기술으로 추계가 어려운 경우 비용추계서를 미첨부할 수 있다. 하지만 섬주민 항공요금 지원이라는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법안이 소요 예산조차 파악되지 않는다면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법안의 내용을 설득하기란 요원하다.

여야 정치상황만 쳐다보다…

여야 정치상황만 쳐다보며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국회는 여야가 쟁점 현안으로 충돌하면 멈춰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비용 추계가 되지 않고 임기 만료를 앞두고 발의한 시점의 문제 등을 안고 있던 도민항공운임 지원 법안이 폐기되자 의원실은 여야 경색 국면을 탓했다.

중앙 정치상황만 쳐다보며 손도 쓰지 못하는 것은 정치력 부재를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며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국회에서 오랜 기간 보좌진으로서 의원의 입법활동을 보좌해온 한 정치권 관계자는 "법안이 처리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외국 사례를 조사하거나 각종 세미나 등을 통해 전문가 의견을 구하고, 여야 공감대도 형성하는데 주력하는 등 다방면에 걸친 노력이 필요하다"며 "제주의 현안을 다루는 법안의 경우 제주도청과의 협업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국회=부미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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