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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퍼펙트 데이즈'. [한라일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쩌면 외로움에 쉽게 체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떠들썩한 무리에서 홀로 빠져나오는 순간에 느끼는 안도, 타인과의 접점을 줄여도 수축되지 않는 삶의 부피를 언뜻 체감할 때의 평화로움 같은 것들이 어느 순간 선연하게 다가올 때였다. 외로움은 언제나 내 안에서 나와서 내 곁에 가만히 있다. 나의 부피 만큼의 외로움이 나에게서 나온다. 오직 나의 것인 그를 천천히 곱씹고 오랫동안 마음 안에서 굴려본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감각을 온전히 느끼고 나의 깊은 곳에 그를 다시 둔다. 언제든 다시, 외로움이 들고 날 것을 알기에, 내 손으로 쓰다듬고 다독여야 할 나의 일부일음 알아 차렸기에.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규칙적인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도쿄의 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의 이야기다. 홀로 살아가는 그는 매일 아침 이웃의 비질 소리에 눈을 뜨면 주저없이 이부자리를 정리한 다음 잠 들기 전까지 읽었던 책과 안경을 확인한 뒤 이를 닦는다. 유니폼을 입고 출근 준비를 하는 시각은 아직 해가 뜨기 전의 새벽이다. 문 앞에는 자동차 열쇠를 비롯한 외출에 필요한 것들이 정갈하게 놓여진 선반이 있고 선반 위 작은 접시에는 자판기에서 모닝 캔 커피를 사 먹을 동전이 있다. 히라야마는 캔 커피를 마시며 차에 올라 시동을 걸면서 좋아하는 뮤지션의 카세트 테이프를 재생시킨다. 군살 없는 하루의 시작이다. 중년을 지나 장년으로 가는 듯 보이는 그는 매일 화장실 청소의 일과를 수행한다. 누구와도 길게,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고 매일을 살아가는 그는 일과 틈틈이 우듬지를 보며 사진을 찍는다. 대개 묵묵히 보는 그는 삶의 어떤 순간 저항 없이 미소 짓는다. 빛의 호위를 받을 때, 작은 인사를 건넬 때 그리고 생명의 기특함을 발견할 때다. 히라야마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퍼펙트 데이즈'는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는 침착한 생활인이고 정갈한 취향을 가진 이다. 삶의 패턴도 공간의 형태도 미니멀리스트에 가깝다. 다만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영화는 보여 주지도 말하지도 않는다. ![]()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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