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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의 하루를 시작하며] 여사의 나라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입력 : 2024. 07.23. 22:40:00
[한라일보]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가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사건 고발 이후 4년 3개월만이고, 디올 백 사건 이후 7개월만이다. 현직 대통령 부인의 검찰 대면조사는 처음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법위에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민주공화국이 무너지는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반발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검찰총장도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최소한의 눈치조차 보지 않았다. 조사 방식도, 조사 내용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검찰조사를 받은 것이 아니라 김건희씨가 검찰을 불렀다. 권력에 굴종하는 검찰도 문제지만 검찰을 대통령 부인의 방패막이로 삼은 권력이 더 문제다. 여사에 의한, 여사를 위한 조사였다. 이러니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길 바라는 것은 무망한 일이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이 무너져버렸다.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 이런 짓을 서슴지 않는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사실상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방증이다. 이 사안의 본질은 총장과 중앙지검장간의 갈등이 아니다.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권력의 암투도 아니다. 권력의 사유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것이 본질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은 사라지고 아내를 위해서라면 대한민국 법질서와 검찰의 근간을 뒤흔드는 희대의 잘못된 사랑꾼 윤석열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건 사랑도 아니다. 굴종이다. 천지분간 못하는 바보들의 아집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여당 내부에서 여전히 '여사'는 금기어나 다름없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비굴을 감수하는가. 김건희라는 상상계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실재계를 억압하는 이 기괴한 상황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상식도, 최소한의 윤리마저 내팽개친 자리에 민주주의의 꽃이 필 수는 없다. 민주주의는 공공의 도덕을 위한 제도이자 실천이다. 이러한 막무가내가 계속 용인된다면 이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다.

이제 특검은 불가피했다. 국회에서 통과된 특검법안에 대해 또다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맹자는 말했다. 백성이 이 세상에 가장 존귀하고, 나라는 그다음이며, 임금은 가장 가볍다고. 지금 돌아가는 사정은 여사를 가장 존귀하게 여기고 민심을 종잇장처럼 치부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이러니 '검사 위에 여사, 여사 위에 법사'라는 항간의 비아냥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우리는 대통령을 선출했지 여사를 선택한 게 아니다. '여사의 나라'를 '국민의 나라'로 바꿔야 한다. 내려오지 않겠다면 끌어내려야 한다. 저잣거리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힘은 용산 대통령실에 있지 않다. 민주주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탄핵을 준비해야 할 때다. <김동현 문학평론가·제주민예총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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