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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번엔 파래다" 제주 해안에 다시 등장한 '불청객'
성산 신양해수욕장 파래 습격으로 악취 '풀풀'
매일 많은 양 밀려들어와 관광객 발길도 끊겨
제주도 "원인 규명 안돼 대책 마련 쉽지 않아"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입력 : 2024. 07.29. 17:15:00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섭지해수욕장에 구멍갈파래가 해안선을 따라 쌓여있다.

[한라일보] 제주 해안이 또다시 등장한 '바다의 물청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괭생이모자반이 사라진 자리에 구멍갈파래가 대거 밀려들어오면서이다. 행정당국은 '파래제거지원사업' 등을 벌이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해수욕장 개장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해안과 백사장이 점령당하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9일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섭지해수욕장에는 구멍갈파래가 해안선을 따라 거대한 띄를 두른 채 하얀 모래사장 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폭염특보가 내리는 등 따갑게 내리쬐는 햇볓에 파래들은 말라붙어 하얗게 썩어가며 심한 악취를 풍겼다. 심지어는 주변으로 날파리 등이 들끓기도 했으며,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파래들로 인해 바다는 에메랄드빛 대신 초록빛을 띄었다.

지난 1일 도내 해수욕장과 개장과 함께 문을 연 이곳은 이와 같은 파래 공습으로 인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상황이다.

이곳에서 환경미화 작업을 벌이고 있던 성산읍사무소 소속 A씨는 "각종 중장비 등을 동원해 매일같이 수거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바닷물이 들어왔다 빠지면 그 자리에 다시 어마어마한 양의 파래가 쌓인다"면서 "모래사장은 물론이고 갯바위까지 가득 파래가 쌓여있는데 누가 이곳을 찾겠냐. 해수욕장이 개장을 했는데 찾는 사람이 없으니 안전요원들까지 파래 수거를 도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래가 이렇게 밀려들어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행정에서도 수거를 하려 노력하는 것 같은데 치우는 것 이상의 양이 밀려들어오니 역부족"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날 이곳을 찾은 관광객 5~6명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갯바위 인근으로 내려오는 듯 하더니 모래사장을 가득 덮은 파래에 눈살을 찌푸리고는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구멍갈파래는 영양염류 흡수율이 높고, 다른 해조류를 결핍시키는 등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꼽힌다. 여름철 수온 상승과 일조량의 증가, 항만·방파제 건설로 인한 원활하지 못한 조류 소통 등 해양환경 변화와 지형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은 아직 되지 않았다.

제주도는 원인 규명과 함께 구멍갈파래를 제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서 십수년째 수거만 되풀이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신양리 마을회와 파래제거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1억1000만원 정도의 사업비가 투입됐다"면서 "도와 읍사무소, 마을회 모두 수거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파래가 발생하는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정확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파래와 같은 경우에는 염분이 있어 소각시설에 반입이 안된다. 반입을 하려면 세척과 건조시설이 따로 마련돼 있어야 한다"며 "농가에 비료로 무상제공을 하거나 장비업체 등을 이용해 자연건조시켜 분해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도는 지난해 도내 연안에서 1만1865t의 구멍갈파래를 수거한 것에 이어 올해는 지난 6월까지 3573t을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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