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정신 가득한 아름다운 농어촌 섬 제주에서 밭농사를 짓는 사람이라면 하염없이 부러워하는 흙을 보유한 마을이다. 전통적으로 한 마지기 농토를 150평 정도로 계산했지만 수원리의 밭은 120평. 그만큼 소출이 좋은 땅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농업생산성을 기반으로 번창해 많은 인재를 길러냈다. 김윤홍 이장 해안도로는 그 자체로 명소다. 조간대의 옛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해변 풍광이 농업 경관과 어우러져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거기에서 만나는 다양한 스토리텔링 자원 중에 으뜸은 구룡석 전설이다. 여의주 하나를 놓고 다투던 아홉 마리의 어린 용들 때문에 마을 주민들이 너무 많은 피해를 입자 하늘에 지극정성으로 빌었더니 하늘이 감복해 그 여의주를 돌로 만들어버렸다. 그러자 용들이 모두 떠나고 커다랗게 둥근 돌만 남아 평화를 다시 찾은 상징으로 마을사람들에게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는 것. 구에 가까운 큰 돌을 가지고 지혜로운 훈육 가치를 만든 것. 자식들의 재산 싸움을 경계하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과도한 해석일까? 김윤홍 이장에게 수원리가 보유한 가장 큰 자긍심을 묻자 간명하게 대답했다. "역지사지 정신입니다."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마을공동체문화가 있다면 합리적 배려라고 했다. 어린 시절 구룡석 전설을 들으며 자기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공감대가 정신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마을이라는 것이다. 마을 발전의 원동력과 같은 이 마음가짐이 최고의 자산이며 보물이라는 주장. 탁 트인 마을 풍광처럼 수원리 마을 사람들의 심성은 열려있다. 막힌 곳이 없다는 것은 충돌의 여지가 없음을 의미하며 뻗어나갈 방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된다. 안타까운 현실은 주거지역이 한정된 관계로 고향으로 귀농을 하고 싶어도 신축 건물 부지가 없어서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부모님 중에 한 분이라도 살아계실 때 와서 농사를 지어야 연결고리가 형성되는 것이 현실인데' 주거 문제에 발목이 잡혀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빈번하게 속출하고 있으니 이러한 현실을 흡수하고 방법을 찾아줘야 하는 것이 행정과 정치권의 의무다. 방대한 농경지를 보유하고 있는 마을의 특수성을 고려해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 30만 평에 육박하는 비옥한 저 농경지가 자연스럽게 대물림 되도록 행정적 지혜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불굴의 의지로 개척의 역사를 써내려온 수원리의 농업자원은 머지않은 장래에 위기를 맞게 될 것이 자명하다. 경로당에 어르신들이 평생을 함께 해온 농경문화가 다음 세대에게 온전하게 대물림 되게 하기 위해서는 저분들이 커다란 후견인이 되어 자녀들의 귀농 길잡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시간이 없다. 사람 살아가는 대물림이 아니고서는 저 농토를 살릴 방법이 없다. <시각예술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신화가 길을 열다 <수채화 79cm×35cm> 그런 마음이 모이고 모여서 이룩해낸 이 그림은 풍경화이기에 앞서서 역사화다. 자신의 득실을 먼저 생각하면 아무 일도 성사되지 않는다는 정신무장의 소산을 그리려 하였다. 제주인의 정신문화를 그리는 마음으로 돌담 하나하나를 쌓듯이 그렸다. 뙤약볕 내리쬐는 9월 초순의 밭들은 속에서 무척 바쁘다. 저 놀라운 자발성은 이 마을의 정신적 잠재력이며 실천적 미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멀리 오름들이 파도처럼 출렁이는 이 시원하고 탁 트인 마음. 고귀한 이 섬의 정신문화를 직접 목격하려면 이 밭들의 향연을 와서 보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易地思之의 그 大地다. 평수포구 방파제 <연필소묘 79cm×35cm>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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