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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철의 목요담론] 전통예술, 서예의 동시대성 찾기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4. 09.12. 01:00:00
[한라일보] 지금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지켜왔던 규범이 어처구니 없이 허물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세상이 다원화되고 변화무쌍해 예술도 과거의 잣대로 예단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런 세상에서 보존의 의미만을 강조하는 전통예술은 존재감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하물며 옛사람의 그림자에 짓눌린 서예라면, 더하면 더했지 생존의 문제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전통의 연장선에서 고유성만을 지키는 예술은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다.

현대는 "모든 게 예술이 되고, 누구든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조셉 보이스(Joseph Beuys)의 주장이 실현되는 시대다. 과학의 발달로 예술은 기술과 만나 몸집이 부풀려지고, 정치·사회의 무거운 담론도 이를 '실천한다는 명분'이 예술이 돼 우리 시대에 성행하고 있다. 또, 예술적 수준을 의심받으면서도 대중매체에 알려진 유명인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수집가들에게 선호되기도 한다. 근자에는 막대한 자본으로 디지털 매체와 결합해 새로운 컨텐츠와 이미지를 만드는 예술이 대중에게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의 순수를 뛰어넘어 자유분방하게 증폭되는 예술의 세계에 전통예술은 함께할 수 없는 것인가? 전통을 지키며 창작을 하는 일은 전통예술을 전공하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이제는 피할 수 없는 불편한(?) 화두가 돼있다.

2010년 이후 아시아의 경제적 안정을 기반으로 아시아 동시대 예술에 대한 세계의 인식이 변화되면서, 서구 중심으로 이뤄지던 예술교류가 아시아로 확대됐다. 이러한 흐름의 영향으로 서예도 한·중·일 권역에서 벗어나 세계화되기를 열망하고 있다.

동양의 서예와 현대미술이 미학적으로 다름이 있더라도 동시대의 미술영역 안에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해진다. 서예의 동시대성은 현재의 시간에 존재하면서 주변 예술과 공존하는 다양한 방식에 있다. 다시 말해 동시대성은 전통에 대한 비판과 단절이 아니라, 현대의 대치나 시간의 연속성을 가지고 '전통이 유리되지 않은 시대심미'와의 관성적 접촉으로 나타난다.

동시대에 대한 깨달음은 현재를 알고 비판하는 시각이 우선인 것이다. 그러므로 서예도 '과거의 균일한 선형적 시간'의 흐름으로 현재를 볼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순환적으로 고찰해 이해'하고, 도전적으로 신세계를 바라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서예의 동시대적 담론은 현대성 구현에 있다. 서예가 현대미술의 주류에서 뒤처진 것도 과거에 수구해 '현대미학적 접근'을 멀리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서예의 동시대성은 '전통과 현대를 융합'해 다양한 예술적 역량을 키우는 것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역사는 늘 위기의 순간에 돌파구가 마련되고, 준비된 자가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고 한다. 서예술도 오늘의 시대국면을 타개해야 생명력을 가지고 진화할 것이다. <양상철 융합서예술가·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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