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제주 중산간서로 도로변을 덩굴류가 뒤덮고 있다.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제주에서도 기후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덩굴류(칡덩굴 등)가 무섭게 줄기를 뻗으며 자연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제거하는 것보다 번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우려가 크지만 확산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25일 제주자치도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도내 덩굴류 제거 면적은 260㏊(약 79만평)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3년간 매년 제거된 면적은 평균 400㏊(121만평)에 달한다. 이는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덩굴류 제거 사업을 발주해 제거한 면적에 한한 수치다. 이와 별개로 인력이 투입돼 제거한 물량까지 포함하면 이를 웃돌 것으로 제주도는 보고 있다. 덩굴류의 지나친 확산은 자연 식생에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칡덩굴처럼 다른 나무 등에 기대어 자라는 덩굴류는 나무를 뒤덮어 햇빛을 막는데, 빛을 보지 못하게 된 나무는 결국 고사한다. 덩굴류가 빠르게 세력을 키우는 데에는 기후온난화가 주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산림청 산림자원과 관계자는 "덩굴류는 광이 오래될수록 광량이 많을수록 퍼지는 속도가 빠르다"면서 "최근 기후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올라가고 해가 떠있는 시간도 길어지면서 덩굴류 확산 추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에선 도로 건설, 택지 조성 등의 개발과 재선충병 감염 고사목 제거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빛을 좋아하는 덩굴류가 기세를 떨치기 좋은 환경이 됐다는 것이다. 제주 평화로에 줄기를 뻗은 덩굴류. 강희만기자 한정된 예산도 문제다. 제주시만 해도 2022년 3억원에서 2023년 2억5000만원, 올해 2억1000만원으로 관련 예산이 갈수록 줄고 있다. 확산세에 맞춰 제거 물량을 늘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제주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연차별로 계속해서 제거 작업을 하고 있지만 번성이 워낙 빠르다. 올해는 추석 전까지 날씨가 더워 한 번 제거해도 돌아서면 또 생기는 탓에 효과가 적었다"면서 "내년에는 예산을 3억원으로 올리고 특정 구간을 정해 제거 횟수를 늘리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섬 전체로는 덩굴류 확산 범위가 더 넓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까지 정확한 현황은 파악된 바 없다. 이로 인해 적절한 대응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은 "관련 조사 자체가 미비하다는 거다. 현재 얼마만큼 덩굴류가 번졌으며 얼마나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는지 감을 못 잡고 있기 때문에 예산에도 반영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순위를 두고 천연보호구역이나 문화재 지구, 조림지, 마을 인근 등에서 덩굴류를 제거하고 식생을 조절해야 한다"면서 "이를 행정이 모두 하기에는 벅찬 상황이기 때문에 덩굴이 번졌을 때 부정적인 효과를 홍보하며 도민들의 동참을 촉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제거 방법에 대한 고민도 뒤따라야 한다. 올해의 경우 제주시는 줄기를 걷어내고 뿌리에 친환경 약제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덩굴류를 제거했지만, 서귀포시는 지난해 같은 방식으로 제거한 결과 효과가 미미하다고 판단해 줄기를 자르는 방식으로만 제거를 진행했다. 제거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공통적인 방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시 오등동에 있는 제주시새활용센터 인근 도로 표지판이 덩굴류에 가려져 있다.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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