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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림의 현장시선] 한짓골의 보행·가로환경 개선 사업의 문제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4. 10.18. 00:30:00
[한라일보] 제주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를 꼽으라고 하면 한짓골이 빠질 수 없다. 한길 즉 큰길이 있는 마을이 한짓골이다. 필자가 즐겨 방문하는 이곳은 현재 일도일동, 이도일동, 삼도이동으로 동 단위의 행정구역으로 분리되어 있다. 그런데 이 한짓골이 몇 년째 앓고 있다.

제주시 도시계획재생과의 주관으로 2019년에 시작된 이곳 관덕로8길의 보행·가로환경 개선 사업이 문제의 뿌리다. 지역주민들의 고충을 경청해 본 결과 그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행정의 일방적 추진 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됐다.

당시 행정은 일방통행 도로에 보행자가 많은 구간이라 보행로 설치가 시급하고 도로 다이어트 즉 차도 폭을 줄이고 보행자를 위한 인도의 폭을 늘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불법주차로 인한 보행자들의 안전 저해와 경관 손상도 지적됐다. 행정이 내놓은 개선 방안은 주민들과 상인들의 인식 개선을 통한 불법주차 적극 단속, 보행로 확보를 위한 볼라드(길말뚝) 등의 기본 시설물 정비를 통한 안전성과 시야 확보, 그리고 보도를 새로 설치하여 보행로를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내용을 중심으로 행정은 주민 설문을 실시했고 주민들은 당연히 이 개선 사업이 신속히 진행되리라 믿고 기다렸지만 이후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 2020년에는 관덕로8길 구간 지중화 사업이 시작되어 문화재를 발굴하느라 공사가 중단되고 2년을 또 기다렸다.

2024년 4월, 주민들은 5년 전에 행정이 제안했던 개선 방안과는 거리가 먼 아스콘 포장과 차선 도색만으로 마무리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주민들의 의견은 구하지도 않았다고 민원을 내자 2023년에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설문조사를 다시 해서 사업이 이렇게 변경된 것이라고 한다. 도대체 어느 주민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는지 알 수 없는 데다 행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도가 낮아진 것은 당연한 결과다.

더욱 심각한 것은 차도와 인도를 분리하기 위해 볼라드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과연 이것이 보행로 확보를 위한 현명한 방법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면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방법으로 소박한 화단을 이용하여 꽃 또는 나무를 심는 방식도 고려해 볼 만하다. 도로 다이어트 사업을 추진한다면서 도시 디자인적 관점에서 꼼꼼한 고민과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지 않았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폭 6미터 정도의 길을 정비하는데 이렇게 긴 시간이 필요한가. 한짓골의 도로 정비 사업은 5년이 되어간다. 주차장 정비 사업까지 시작되어 이 역시 언제 마무리될지 아무도 모른다. 한짓골의 도로 정비 사례가 제주시 원도심의 오래된 다른 길들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 행정과 지역구 도의원들에게 현장의 고충을 시급히 해소하는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한다. <고영림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언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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