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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빠지다
"책과 공간이 주는 영감 고스란히 얻어 가길" [제주愛]
[2024 제주愛 빠지다] (17)정보배 보배책방 대표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한 골목서 보배책방 운영
'나의 존재 증명하는 삶' 벗어나려 제주행 결정
"책 읽는 즐거움과 새로운 경험의 공간 됐으면"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입력 : 2024. 10.23. 04:00:00

정보배 보배책방 대표(사진 왼쪽). 본인 제공

[한라일보]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인근의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섰다. 밭담길로 이어지는 골목 한 켠에 갈색 벽돌 건물이 있다. 안으로 들어서니 1층에도 책, 1층과 2층 사이 넓은 계단에도 책, 계단 아래 '노란 방'에도 책이 있다. 계단 위 '파란 방'은 7~8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 '보배 책방'의 모든 공간은 책방지기인 정보배(52) 대표의 손에서 탄생했다.

"사람들이 제주에 여행을 오고 정착하는 이유는 모두 '공간'에 있어요. 건물 안이건, 밖이건, 자기가 사는 장소에서 만날 수 없는 공간을 만날 때 사람은 다른 경험을 해요. 말로 표현하기 어렵고 인지하지 못할 뿐이죠."

보배 책방의 정 대표는 출판사 편집자 출신이다. 서울의 여러 출판사에서 23년간 인문·교양서를 만들다 2018년 제주로 내려왔다.

어떻게 제주로 오게 됐냐는 물음에 그는 "30년 가까이 서울에서 살았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제주에 내려오기 전까지 출판 일을 했어요. 평생을 책과 관련한 일을 해왔죠. 그러다 30대 후반에 제주도를 처음 찾았어요. 해외에 좋다는 나라를 모두 가봤는데, 제주만 한 곳이 없었죠. 대학 졸업 이후 생계를 좇아 '나의 존재를 끊임없이 증명하는 삶'을 살아 왔는데, 그런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서점을 처음 시작한 건 2019년, 지금의 자리로 온 건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2년 5월이다.

정 대표의 이름을 그대로 딴 만큼, 책방에 대해 그는 '내가 책방에 대해 생각하는 모든 것을 투여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공기 감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책을 고를 수 있는 공간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먼저였어요. 그러고 제 머릿 속에서 책방에 대해 생각한 모든 것을 투여했어요. 고요히 독서할 수 있는 공간, 야외 마당, 정원, 카페, 지하까지. 모두 연결지어서 만들었죠."

"사람들이 제주를 사랑하는 이유도 '공간'이에요. 제주 바깥 풍경을 보면 사각형이 없어요. 도시에서 느끼지 못한 형태감, 색감, 트인 공간감 등을 완전히 온몸으로 느끼는 거예요. 그래서 제주에 여행을 왔다 가면 환기가 되는 거죠. 특히 중산간은 아직 유명한 관광지 특유의 도시같은 느낌도 없어요. 산책하면서 자신만의 감성이나 미감, 고요함을 느낄 수 있어요."

보배 책방엔 책이 다양하다. 단 권수는 많지 않다. 대신 다른 책방 대비 인문·교양서가 많은 편인데, 환경이나 여성 관련 책이 특히 많다.

"책을 들일 때 신경을 많이 써요. 인문·교양서를 오래 만들어 온 편집자이기 때문이기도 하죠. 여러 사람들이 이 책방에 있는 책을 읽었을 때 좀 더 세상이 확장되고, 자기 자신에게만 매몰되지 않고 자신을 들여다봄과 동시에 다른 사람. 내가 속해 있는 사회, 세계, 이러한 것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들여요. 자신이 책을 통해서 읽는 즐거움도 누리겠지만, 자신의 바운더리가 확장되는 느낌, 새로운 경험을 하는 느낌이죠. 그 느낌을 이 공간에서 느꼈으면 좋겠어요."

정 대표는 책방 운영 외에 각종 대외활동과 동네 커뮤니티 일에도 열심이다. 책방에선 행사와 모임도 수시로 열린다. 북 토크와 콘서트, 저자와의 만남, 어린이 토론 수업, 스터디 등 가지각색이다.

이어 제주 살이 7년차,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정 대표는 "제주에 청년회, 노인회와 같은 마을 공동체가 이미 너무 많아요. 마을 자치라는 이름도 좋고, 수눌음, 근면함 등 좋은 덕목들이 있는데, 옛날과 환경이 많이 달라진 만큼 긍정적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이주민과의 조화가 필요해요. "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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