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당신은 제주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여행을 해 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의 대답은 '아니요' 일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서귀포 강정 크루즈터미널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를 탄 적이 있다. 중국 MZ세대들이 무리 지어 승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궁금해서 물었다. 크루즈를 타기 위해 그날 오전 중국 상하이에서 항공편으로 제주에 왔다고 했다. 새삼 놀랐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제주는 조금씩 플라이 앤 크루즈(Fly & Cruise)항으로 바뀌고 있었다. 플라이 앤 크루즈는 말 그대로 항공편과 크루즈를 잇는 여행 상품이다. 제주 바다의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지고 있음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짧지만 변화무쌍했던 제주 크루즈 관광의 발자취를 되돌아보자. 크루즈 1.0 시대. 2008년 중국발 크루즈가 제주에 첫발을 디딘 이후부터 2016년까지 제주의 크루즈 관광은 거침없었다. 제주는 아시아 넘버 원 크루즈 관광지였고, 내도 외국인 관광객의 33%가 크루즈로 제주를 방문했다. 크루즈는 고부가가치 관광 시장으로 도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와 동시에 면세점 등 특정업종만 혜택을 보는 등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크루즈 2.0 시대는 참담했다. 제주는 한중 갈등과 코로나 19 팬데믹(pandemic, 전염병 세계적 대유행)이 초래한 긴 암흑기를 거쳤다. '잠시 멈춤' 상태였다. 제주의 크루즈관광은 지금 변곡점에 있다. 크루즈 3.0 시대가 펼쳐진 것이다. 지난해 15만 명에 그쳤던 크루즈 관광객이 올해는 7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제주는 지금 엔데믹(endemic, 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시대의 시장 환경변화에 대응하면서, 그간 멈췄던 산업을 재가동하고, 중국 이외의 시장 다변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시의적절하게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이 제주를 다녀갔다. 크루즈 출입국 심사시스템 개선과 제주 신항만의 조속한 추진을 약속했다. '제주 크루즈 관광 3.0 시대'의 전망을 밝게 했다. 그러나 인프라 확충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과거의 교훈을 되살려 크루즈 관광의 경제적 이익이 특정 분야에 쏠리지 않도록 지역민과의 공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제주의 자연과 고유한 문화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같이 가야 한다. 우리는 이제 크루즈 관광의 양적 성장, 그 너머를 바라봐야 한다. 지역 경제와 환경을 배려하는 지속 가능한 관광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크루즈 산업이 제주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도록 장기적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관광업계와 지역사회는 서로 협력해야 한다. 새로이 펼쳐지는 제주 크루즈 3.0 시대가 탐라해상왕국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를 기대해 본다. 그 여정을 위해 제주도와 지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김의근 제주국제대학교 교수>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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