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가 또 한번 행정과 정치의 뿌리를 바꾸려 하고 있다. 행정체제 개편이다. 민선 8기 오영훈 제주도정은 이를 두고 '제주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2026년 7월 출범을 목표로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오영훈 도정은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위해 적지 않은 기간 도민 상대로 경청회와 토론회 등을 열고 필요성과 정당성을 강조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남제주군과 북제주군으로 나뉘었던 4개 시군과 제주도를 하나로 묶고 운영됐던 약 20년 가까운 기간 신속한 민원대응 한계와 주민자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도민들이 피해를 봤다는 게 골자다. 그래서 이전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과거 4개 시군 체제는 아닌, 제주시를 두개로 나누고 서귀포시로 구분하는 3개 시로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의회도 제주도와 보조를 맞춰 정부를 상대로 행정체제 개편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3개 시에 의회도 설치한다. 시민들의 손으로 시장과 시의원을 뽑아 주민자치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제주특별자치도라는 단일광역체제 하나로 묶였던 약 20년, 제주도가 밝히고 있는 일련의 시행착오 등을 보다 보면 적지 않은 의문이 든다. 단일광역체제가 도민을 위한 편의 제공에 한계를 가져왔다면 '그동안의 도정은 무엇을 했나'라는 기본적인 물음이다. 더불어 그렇게 문제가 많은 단일광역체제를 위해 20년 전 제주 사회는 수많은 갈등을 겪으며 주민투표라는 바보 같은 짓을 왜 했을까라는 점도 짚지 않을 수 없다. 4개 시군을 없애고 제주도 하나로 묶는 것을 놓고 '점진안'과 '혁신안'이라는 두개의 안이 맞붙어 제주사회가 얼마나 싸웠나. 수많은 갈등을 양산하면서까지 주민투표를 통해 제주도라는 하나의 체제로 바꾼 도민들의 판단에 큰 영향을 준 게 아이러니하게도 주민자치의 기본인 '의회'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시 전국적으로 의원들의 일탈이 매일 뉴스를 통해 도배되면서 의회 존재를 두고 말이 많았다. 그래서 의회가 딱 하나로 운영되는 단일광역체제는 매력으로 다가왔고 시군이라는 기초자치가 사라지는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그렇다면 20년 전 지금의 체제를 선택한 도민들은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인가? 도민들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때아닌 행정체제 개편 소용돌이에 갇혀 또 한번 고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결정적 힘이 없다. '주민투표' 결정권을 쥔 정부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러면서 "검토 중"이라고 상투적 발언으로 일관한다. 행정체제 개편, 성사 여부를 떠나 간과하는 게 있다. 오영훈 도정이 주장하는 것처럼 도민을 위한 정책을 펴는 데 한계가 있다면 그러한 체제를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이들은 도민 앞에 석고대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껏 당시 결정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거나 정당했음을 주장하는 이 어느 누구도 없다. 오영훈 도정 또한 당시의 결정에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20년을 흘려보낸 시행착오에 대도민 사과가 앞서야 하는 게 상식이다. 오영훈 지사는 제주 도정을 이끌고 있는 현직 도지사이기 때문이다. <김성훈 편집부국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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