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진행된 '2024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2차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4·3수악주둔소를 둘러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내성과 외성 이중으로 거대하게 구축된 4·3수악주둔소는 4·3유적지 중 처음으로 국가지정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오승국 시인 수악과 이승악 정상서 풍광 만끽 신례천 주변엔 다양한 문화유적 고난의 세월 보여준 4·3주둔소도 [한라일보] 재빠르게 사라질 시월이란 말 자체가 우리에게 주는 심연의 사유로 인해 그냥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높은 하늘 아래 선선한 솔바람 부는 가을이 점점 짧아지는 것을 느끼며, 우리들의 삶은 그만큼 허걱거리며 연말을 맞이해야 할 것 같다. 시월의 숲은 아직 단풍에 이르지 못한 채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고, 한 해 동안 달고 있던 나뭇잎을 조용히 떨구어 내고 있다. 오름과 곶자왈에 식생하는 대부분의 나무가 활엽낙엽수다. 단풍은 추운 겨울을 버티고 설 낙엽수의 마지막 찬란한 축제다. 11월 단풍을 기대한다. 된장풀 산물머위 소혀버섯 가을새의 청량한 소리를 들으며 잘 정비된 도시숲의 탐방로를 걷다보니 벌써 수악오름 정상이다. 북쪽으로는 한라산이 믿음직스럽게 우뚝 서 있고, 남쪽으로는 제지기오름, 지귀도, 섶섬, 칡오름, 영천오름, 문섬, 범섬, 삼매봉, 미악산, 고근산 등 오름과 서귀포 앞바다의 지귀, 섶, 문, 새, 범섬 등 5형제 섬들이 한 눈에 펼쳐졌다. 파노라믹한 극강의 풍광이다. 별나팔꽃 너구리꼬리이끼 검은비닐버섯 다시 걷는다. 신례마을에서 조성한 신례천 생태숲길은 이승악까지 이어진다. 신례천은 좁은 협곡과 깊은 계곡에 난대상록활엽수가 잘 보존된 하천이다. 특히 구실잣밤나무, 붉가시나무, 모새나무, 참꽃나무 등이 군락을 이뤄 식생하고 있다. 주변에는 울창한 나무로 인해 '해를 볼 수 없다'는 해그문이소(沼), 잣담과 구분담, 숯가마 등 다양한 자연과 문화유적을 만날 수 있다. 4·3 당시 애잔한 눈물의 이야기가 전하는 '화생이궤'가 보인다. 4·3 당시 신례리와 의귀리 주민 20여 명이 피신해 숨어 있었으나, 군인 토벌대에 잡힌 한 어머니의 이야기가 눈물을 머금게 한다. "나를 죽여도 좋으니 이 아이만은 살려 달라. 이 아이를 하효리 외갓집에 맡겨주오." 군인들은 어머니를 그 자리에서 총살하고 아이는 살려주었다. 신례리 마을목장의 푸르른 초원과 소 떼들의 평화스런 모습을 뒤로 하고 오늘 걸음의 마지막 종을 울렸다. 다시 만난 친구여, 화생이궤에서 아들을 살리고 억울하게 죽어간 어머니를 위해 다시 한번 진혼곡을 불러주오. 그리고 그 슬픈 역사와 작별하지 않기를 함께 다짐합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처럼. < 오승국 시인/ 제주작가회의 회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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