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아래첫마을 영농조합법인 사람들. 소멸 위기의 작은 중산간마을서 제주메밀로 6차 산업화 도전 농사지어 가공하고 전문음식점 운영하며 지속가능한 마을로 테크노파크 성장사다리 지원사업으로 '비비작작면' 밀키트도 [한라일보] '메밀'이라면 강원도 봉평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힘이다. 그런데 전국 최고 메밀 주산지는 바로 제주다. 2023년 기준 제주메밀 재배면적은 2169㏊로, 전국(3486㏊)의 62.2%를 차지한다. 생산량으론 57.2%에 이른다. 강상욱 한라산아래첫마을 대표 해발 500m에 위치한 광평 마을은 지대가 높고 척박한 탓에 농사가 잘 안돼 주로 소를 키워 삶을 꾸렸다. 하지만 소값 파동과 IMF로 수요가 급감하며 남은 건 빚더미였다. 15가구 정도가 살던 마을에선 "이러다 고향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왔다. 마을만들기 교육을 받으러 찾은 서부농업기술센터에서 제주메밀사업단의 존재를 접한 주민들은 메밀로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보자며 2015년 12명이 출자해 한라산아래첫마을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마을주민들이 무농약으로 메밀농사를 지으면서도 과연 메밀이 돈이 될까? 하는 걱정이 있었죠. 주민들이 안정적 소득을 얻어야 지속가능한 마을도 가능하다는 생각에 2차, 3차 산업과 접목을 위해 2017년 마을저장고 옆에 메밀가공공장을 지어 메밀가루와 메밀쌀을 직접 생산 판매에 들어갔죠.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메밀 재배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제주메밀문화를 알리기 위한 메밀축제도 열고 있어요". 메밀차, 메밀칩스, 메밀술 등의 가공품은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만든다. 제주산 메밀. 메밀면 위에 고명으로 얹은 소고기와 오이에 들깨, 깻가루, 김가루, 무나물, 메밀싹 등을 들기름과 간장 소스에 싹싹 비벼먹는 비비작작면은 한라산을 형상화하고 화려한 색감으로 손님들이 먹기 전에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며 인증샷부터 찍는 음식이 됐다. 그렇게 인터넷으로 전국에 입소문을 탔고, 식당은 지금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비비작작면 외에 메밀 물냉면과 비빔냉면, 메밀전, 메밀만두, 메밀 조배기, 맑은한우곰탕을 선보이는데, 제주메밀 외의 다른 식재료도 제주에서 구할 수 없는 것 외에는 대부분 제주 식재료를 사용한다. 한라산아래첫마을 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하는 메밀음식점의 대표 메뉴인 비비작작면. 한라산아래첫마을 영농조합법인은 지난해 제주테크노파크의 성장사다리 지원사업 상생협업 프로젝트(예비스타기업) 지원을 받아 비비작작면 밀키트와 곁들임 소스를 개발하고 시제품을 제작했다. 지금도 메밀이라면 중국산이나 강원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최대 주산지인 제주메밀의 정체성을 알리고 기업 브랜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성장사다리 지원사업을 통해 제품 홍보영상을 제작하고, 수도권 영화관과 김포공항에 홍보자료 게시, 밀키트 시제품 시식행사 등의 마케팅을 진행했다. 그 당시 강상민 대표는 제주도의 제주메밀음식 분야 향토음식장인으로도 선정됐다. 가공공장에서 만든 메밀쌀·메밀가루와 OEM 방식으로 만든 여러가지 메밀가공품을 카페에서 판매하고 있다. 한라산아래첫마을 영농조합법인 제공 한라산아래첫마을 영농조합법인은 지난 10월 1차로 비비작작면 밀키드 5000개를 만들어 전자상거래로 판매 중이다.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메밀제품 다각화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강상욱 대표는 말한다. 한라산아래첫마을 영농조합법인이 자가 생산과 계약재배, 인근 지역에서 매입해 사용하는 메밀 원물은 약 130t에 이른다. 2022년 24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30억원, 올해도 지난해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본점과 표선점에서 일하는 직원은 32명으로, 일자리 창출과 청년 고용 효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강상욱 대표는 "제주에서 안정적으로 메밀농사를 짓고 가치를 높이려면 품종 미상의 저렴한 외래종이 아닌 우량 국산품종으로 제주토양에도 잘맞는 '양절' 종자의 확대 보급과 무농약 재배가 중요하다"며 "그런 품질 좋은 메밀로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어 고소득으로 이어지려면 도내 가공시설 확충도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 1위의 메밀 생산지인 제주에서 생산된 메밀의 상당량이 지금도 강원도로 올라가 가공되고 있는 게 현실이어서다. <끝> 문미숙기자 <이 기사는 제주테크노파크와 공동기획으로 이뤄졌습니다.>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