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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무산' 927억 제주 주상복합용지 매매가 재산정 논란
자치경제연구원에 원가 재검토 용역 의뢰
시, "감정평가 금액대로 팔지 않아도 돼"
책정 기준 바꿔 가격 낮출시 형평성 시비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24. 11.28. 18:10:09

제주시 화북동 주상복합용지. 한라일보DB

[한라일보] 제주시가 927억원으로 감정 평가된 화북상업지역 주상복합용지(체비지)에 대해 시장 재량권을 활용해 다시 값어치를 매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정평가액대로 팔지 않겠다는 뜻인데, 만약 재산정된 가격이 지금보다 낮을 경우 이미 기존 방식대로 체비지를 사들인 매입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8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시는 화북상업지역 도시개발사업구역 내 1만9432㎡ 규모의 주상복합용지 매각 가격을 다시 산정하기 위해 지난 11일 한국자치경제연구원에 용역을 맡겼다.

이 사업은 제주시 화북1동 21만6890㎡ 일원을 상업지구로 개발하는 것으로, 구역 내 체비지를 팔아 개발 자금을 충당하는 환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개발의 밑천이 되는 체비지는 전체 부지의 약 15%인 33필지(3만5000여)로, 이중 규모가 가장 크고 좀처럼 팔리지 않은 땅이 문제의 주상복합용지다.

시는 당초 이 땅을 호텔용지로 계획해 지난 2019년 9월 첫 매각에 나섰지만, 4차 공매 때까지 팔리지 않자 5차 때부터 지금의 용도로 변경했다. 이후 모 부동산 개발회사가 2021년 12월 최고 입찰가인 2660억원을 써내며 낙찰자로 선정됐지만 잔금 562억원을 기한 내에 내지 못하는 바람에 계약이 해지돼 다시 주인 없는 땅으로 전락했다.

시가 올해 2월 주상복합용지를 다시 매각하기 위해 감정 평가를 의뢰한 결과 값어치는 927억여원으로 2021년 12월 낙찰가에 견줘 3분의 1수준이었다. 해당 용지는 올해 5월부터 감정 평가 액대로 두차례에 공매에 부쳐졌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번번이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시는 주상복합용지 매각이 계속 무산되자 이번 용역에서 적정 가격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시장이 재량껏 값어치를 매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통상 지자체는 공공재산을 처분할 때 '공유재산및물품관리법'에 따라 2인 이상 감정평가법인에 맡겨 각각 평가한 금액의 평균치로 매각 가격을 책정하지만, 시는 최근 법률 자문과 감사위원회의 유권해석을 토대로 해당 주상복합용지는 그렇게 팔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도시개발법이 체비지를 처분할 땐 국가나 지자체의 재산처분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예외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 화북상업지역 도시개발사업 조례 시행규칙도 토지 가격은 감정평가액을 참고해 시장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등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다.

시가 값어치를 다시 매기려는 이유는 결국 주상복합용지를 기존 감정평가액보다 싸게 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시는 이같은 해석에 대해 '적정 가격을 다시 산정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본보가 확인한 용역 제목에는 '매매가격 하향조정 관련 원가검토 용역' 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토지 가격을 낮추면 매각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기존 체비지 매입자와의 형평성 문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는 개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그동안 구역 내 체비지 33필지 중 26필지를 감정평가액대로 매각했다.

시 관계자는 기존 체비지 매입자와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 "아직 용역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선 답변할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주상복합용지 매각이 최종 무산되면 시는 빚더미에 앉는다.

시는 2025년으로 계획한 완공 시점을 맞추기 위해 모자란 개발 자금을 제주도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끌어와 충당하고 있다. 기금에서 돈을 빌린 형태이다보니 시가 나중에 채워 넣어야 한다. 이미 시는 지난해 150억원을 기금에서 끌어다 쓴 데 이어, 올해 100억원을 추가 충당할 계획이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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