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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의 월요논단] 국내 블록버스터 전시의 현황과 과제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4. 12.23. 01:00:00
[한라일보] 예술과 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블록버스터 전시가 단순한 예술적 행사를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형 전시의 약진 현상은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거대자본을 투입해 대중적 흥행을 목표로 삼는 블록버스터 전시들은 나름의 존재 이유를 품고 있다. 문화의 치열한 쟁론장으로 알려진 비엔날레나, 미술품 유통을 담당하는 아트페어와는 달리 블록버스터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문화 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는 색다른 기회를 제공한다. 수십만에서 수백만의 관람객을 동원하는 구미지역 뮤지엄의 대형 전시들은 비단 미술계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의 확산과 지역의 관광 산업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2023~24년에 개최된 주요 전시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합스부르크'전과 '내셔널갤러리'전 그리고 '비엔나 1900'전, 리움미술관의 '마우리치오 카텔란'전과 '필립 파레노'전, 서울시립미술관의 '에드워드 호퍼'전, 한가람미술관의 '에드바르 뭉크'전과 '불멸의 화가 반 고흐'전 그리고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 부산시립미술관의 '무라카미 다카시'전, 제주빛의 벙커의 '샤갈, 파리에서 뉴욕까지'전 등이 있다. 이들 전시 대부분은 관람객 25만에서 36만명을 유치한 사례들로 소개된다.

블록버스터 전시는 대중성과 전문성 사이의 갈등이라는 문제점을 동반한다. 예술작품을 소개하는 전시의 주제가 흥행 지향적인 목표와 충돌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을 현란한 미디어 영상이나 설치물 조작으로 왜곡시키며 원작의 예술적 가치를 훼손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전시물이 원작이 아닌 리플리카나 포스터, 사진, 판화 등의 복제물로 대체되는 경우도 여전히 지적된다. 주최 측이 부담해야 할 수십억의 거대자본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원작을 소장하고 있는 뮤지엄이 대표작을 해외로 반출하기 어려운 여러 변수들이 따르기 때문이다. 한편, 대규모 전시가 특정 지역에 집중돼 지역 문화의 균형 잡힌 발전을 저해하는 것도 문제다. 블록버스터 전시가 서울과 부산 등으로 몰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블록버스터 전시가 안고 있는 일련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론적 차원의 자각이 필요하다. 우선, 흥행성을 추구하면서도 예술의 깊이를 잃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예술이 문화 산업적 요소와 결합돼 대중화되는 이점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예술의 지닌 인문학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자각은 더 이상 뮤지엄 학예사들이나 기획사만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대중문화의 주체인 관람객들 자신이 비판적 혜안과 관심으로 해소해야 할 일이다. <김영호 미술사가·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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