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갑진년, '푸른 용의 해'가 저물고 있다. 새해 첫날, 붉게 떠오르는 첫 해를 바라보며 '올해는 어느 해보다 값지게 보내겠다'던 각오는 종점을 향하고 있다. "올 한 해도 제주는 편하셨는지요?"라는 물음에, 답은 "올해처럼 다사다난했던 한 해도 없을 겁니다"이다. 올해 제주사회를 들여다보면 지난 1년은 그리 녹록지 않은 시간으로 채워진다. 가장 큰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된 독단에 의한 '12·3 비상계엄'이다. 가뜩이나 힘든 온 국민을 모두 좌절에 빠뜨렸고, 자신도 탄핵이라는 부메랑을 마주하고 있다. 침체된 경제는 더욱 힘들어졌고, 국가적 손실도 천문학적이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결정도 최소한 석 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여 정치적 갈등은 더욱 커지고, 그 고통은 오롯이 국민의 몫으로 돌아올게 뻔하다. 하루라도 빨리 이번 사태에 대한 합리적 결론을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를 포함해 올해는 어느 해보다 굵직한 일들이 많았다. 4·10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제주에서 6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국토교통부는 제주 제2공항 고시를 강행했고 이에 따른 찬반 갈등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또한 제주시 갑·을, 서귀포시 등 3개 시로 나누는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이 추진되고 있으나, 최근 탄핵 정국 속에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퇴로 주민투표가 물 건너 간 상황으로 사업 추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 고수온 사태 등으로 도민과 관광객은 힘들었고 농수축 1차산업도 큰 타격을 받았다. 연체율 급등, 주택 미분양 최고, 대형 2개 건설사 파산 등 제주경제 불황은 심화됐고, 저출산 고령화에 청년층 이탈 등 인구 감소는 제주의 미래마저 암울케 하고 있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서비스 공백 사태에 많은 인명피해를 낸 교통사고와 선박사고가 잇따랐다. 그나마 제주 4·3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의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과 제주출신 오예진이 파리올림픽 사격에서 금메달을 딴 것 등 좋았던 일들도 더러 있어 위로가 된다. 세밑이다. 매년 이맘때면 한 해를 보내며 잊지 못할 만큼 기억에 남는 일이며, 잘못했던 일, 이루지 못한 일, 남에게 상처를 남겼던 일 등이 교차한다. 그리고 새롭게 맞이할 '푸른 뱀의 해' 을사년에 대한 기다림도 나쁘지 않다. 그래서 언제나 한 해의 끝자락인 세밑은 아쉬움과 설렘으로 채워진다. 내년 을사년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 의한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시작된다. 침체된 경기는 더욱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 정권이 본격 가동되면서 국내외적으로 호재보다는 악재로 작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뱀은 민첩성과 재생·변화에 능하다고 한다. 새로운 시작과 치유의 상징이기도 하다. 내년 을사년은 큰 역사의 변환점에서, 뱀처럼 허물을 벗듯 힘든 현실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한 해이기를 소망한다. <백금탁 정치부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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