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이웃마을 사람들이 공통적인 평판이 인상적이다. 부지런한 알부자들이 사는 곳. 전통적으로 농업과 축산업을 함께 해온 일 욕심 많은 사람들이기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리라. 조용하고 평온한 느낌의 마을 이미지 속에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생동감이 숨어 있다. 정중동의 심성이 그대로 살아 숨 쉬는 마을이다. 마을 어르신들이 전해주는 설촌 유래는 이렇다. 430여 년 전부터 사람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으니 옛날 명월이라는 큰 마을 위쪽 고유지명 중에 '느지리'라는 곳이 있었다. 그 주변을 정주공간으로 삼고 살아가던 마을도 명월리에 포함되어 있다가 1891년경에 구역이 넓고 광범위하여 불편함이 가중되니 분리하였다. 명월리 윗동네라는 뜻으로 쓰던 상명월에서 따와 상명리라고 마을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마을 번창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큰 하천이 없음에도 현재까지 남아있는 신물, 세시물, 중천이물과 같은 풍부한 수량의 우물들이 있어서 생활용수와 우마에게 물을 먹일 수 있는 자연적 여건이 조성되어 있었다는 것. 그 아름다운 마을이 4·3광풍 속에서 마을 전체가 불타버렸다. 해안가 마을로 이주하여 살다가 돌아와 재건하여 이룩해 낸 조상들의 터전. 곳곳을 다니다 보면 4·3 이전에 주민들이 살았던 집터의 흔적을 발견 할 수가 있다. 가슴이 저며 온다. 취락구조의 원형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작은 밭이 되어버린 집터들, 집을 잃은 올레는 어디로 향하나. 양희찬 이장에게 상명리가 보유하고 있는 가장 큰 자긍심을 묻자 한 마디로 대답하였다. "양반덜입주!" 군더더기 없이 곧바로 튀어나오는 자신감 속에는 다툼이 없이 살아가는 길을 끊임없이 모색하여온 조상들의 실천력이 그대로 녹아있다.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는 양반문화의 장점을 추출하여 살아온 사람들이다. 자기주장을 내세우기보다 이웃이나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될 수 있는 한 자신의 입장을 내색하지 않는 전통이 있었기에 마을공동체가 어떤 가치 있는 지향점을 향하여 나갈 때는 역동적인 에너지원이 된다는 것이다. 조상 대대로 계승되어 온 '겸양의 미덕'이 상명리라고 하는 마을공동체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뜻이며 어떤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이다. 섬 제주의 서북쪽 최고의 전망공간을 보유하고 있는 마을이다. 느지리오름 정상 옛 만조봉수대가 있던 곳. 표고 225m, 비고 85m 정도의 오름이므로 아담하기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으며 접근성이 좋은 전망공간이다. 숲이 이뤄져 있고 풍부한 자생식물들이 제공하는 청량감이 힐링효과까지 선물해주는 곳. 지질학적으로도 용암동굴계를 품고 있는 소중한 자연자원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 오름 정상에 있던 봉수대가 원형이 파손되었지만 복원이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마을 차원에서 여러 번 행정기관에 공문을 통하여 탄원을 하였지만 감감무소식이라고 하니 그 원인을 추적하여 규명할 필요가 있다. 섬 제주의 서부지역 오름들과 비양도, 멀리 산방산에 이르기까지 시각적 풍요를 파노라마처럼 만끽할 수 있는 귀중한 장소라는 것은 옛 선인들이 긴급한 통신수단으로 봉수를 올리기에 적합한 곳으로 활용했음은 당연한 일. 상명리가 보유한 지역적 특수성을 설명하는 만조봉수대 원형복원이 절실한 현안임을 밝힌다. <시각예술가> 정낭과 돌담의 만남 <수채화 79cm×35cm> 불가사의한 일류문화 유산들이 거대한 규모를 과시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의 신뢰의식을 보여주는 정신적 보물이 있는 지 묻고자 그렸다. 더욱 무섭게 다가오는 것은 흘러간 옛이야기나 사라져버린 역사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이 마을엔 대문이 없이 모든 집에 정낭이 있다는 것이다. 이상사회의 입증근거를 자신감 있게 보여주고 있으니 소름 돋게 아름답다. 차가운 북서풍이 부는 청명하게 맑은 겨울날, 정오 무렵에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찬란함을 뿜어내는 돌들과 나무 그림자들의 하모니가 담채화에 가까운 정결함으로 귀착된다. 황금빛 겨울목장 <수채화 79cm×35cm>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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