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이른 시기에 사용한 지명은? [한라일보]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 3954번지 일대다. 표고 185.1m, 자체 높이 40m의 작은 오름이다. 흔히 낭끼오름이라 부르고 있으나 사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1709년 탐라지도 등에 목변악(木邊岳)으로 기록한 이래 여러 이름이 사용됐다. 지금까지 사용한 지명을 모으면 순우리말 지명으로 남케오름, 낭곶오름, 낭껏오름, 낭끼오름, 낭케오름 등 5개가 추출된다. 봉, 산, 악 등 후부요소를 제외한 한자 지명으로는 남거(南巨), 남거(南擧), 남변(南邊), 남화(南花), 목변(木邊), 목화(木花) 등 6개다. 순우리말 지명이 앞선 것으로 본다면 가장 이른 시기의 지명은 남케오름, 낭곶오름, 낭껏오름, 낭끼오름, 낭케오름 중 하나일 것이다. 여기서 남케오름과 남케오름의 '케'는 제주어에서 '~곳', '장소' 등을 나타내는 말이다. 낭껏오름의 '낭껏'이란 낭끼오름에 나타나는 '낭끼'에 관형격이거나 사이시옷이 개입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낭끼오름이 가장 원시형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낭끼오름, 드넓은 초원에 '한못'을 비롯한 습지들이 산재한다. 김찬수 언어란 변화하는 것, 때로는 사라져 버리기도 이 주장을 깡그리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하는 관점은 글자의 형태만을 기준으로 주장하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자기주장을 맹신하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다. 낭곶오름의 '낭곶'을 나무숲의 의미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는 자신의 추정을 근거로 이 오름의 지명을 '남곶오름' 혹은 '낭곶오름'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또한 민간에서 부르는 '낭끼오름'은 '낭갓오롬'에서 '갓'이 끼로 변한 것이라고 한다. 오름만 아니라 여타의 지명도 상황에 맞게 해석해야 한다. 어형이 아무리 그럴싸해 보여도 현지 상황과 동떨어져 있으면 해석을 달리해야 할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다의어가 흔히 있기 때문이고, 언어란 시대가 바뀌면 그에 따른 상황의 변화로 어의가 바뀌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의어란 한 낱말에 뜻이 여러 개인 경우를 말한다. 언어란 시대에 맞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고대어 혹은 어원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노꼬메오름, 주변에 크고 작은 습지들이 넓게 펼쳐져 있다. 김찬수 제주 지명에서 '곶'이란 말도 비교적 흔히 발견된다. 그러나 '낭끼'의 '끼'는 그리 흔한 편이 아니다. 그러므로 흔히 나무의 뜻으로 사용하는 제주어 '낭'은 나무라고 생각하고, '끼'라는 말은 나무와 관련하여 쉽게 연상할 수 있는 '곶(갓)'의 변음으로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이런 걸 당연시 하여 낭끼오름은 낭곶오름의 변음이라 주장한다. ‘노꼬메’, 하천리 옛 지명 ‘내끼’, 같은 조상어에서 기원 이 오름은 작은 오름이다. 깊은 계곡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명에 반영할 만큼 장기간 지속하여 울창한 숲을 이뤘다고 가정할 만한 오름이 아니다. 그럼에도 '나무숲'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었다고 주장하려면 그런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제주어의 형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되는 트랜스 유라시아어의 공통 조상어 중 '네쿠'란 단어가 있다. 이 말은 물 혹은 습지 초원을 지시한다. 중앙아시아 여러 언어에서 같은 기원으로 분화했다. 그중에서 몽골어권에서 유사한 발음으로 나타난다. 원시 몽골어 '니구'가 습지 초원을 지시하고, 몽골문어에도 유사한 발음으로 나타난다. 할하어 '누그', 부리야트어 '누가', 칼미크어 '누게'가 대응한다. 국어에서는 제주 지명에만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의 국어로는 풀리지 않는 말이다. 낭끼오름은 주변에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다. 이 초원엔 크고 작은 얕은 못들이 이어지고 끊어지기를 반복한다. 습지 초원이다. 낭끼오름은 바로 여기서 기인한 지명이다. 즉, 습지 초원에 있는 오름이라는 뜻이다. 노꼬메오름이 있다. 이 오름에 대해서는 본 기획 101회에서 '노꼬'는 고대어에서 '점차 높아지는' 혹은 '다소 높은'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퉁구스어 '작은 봉우리', '언덕'을 뜻하는 말에서 기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후의 조사 결과 노꼬메오름 역시 습지 초원에 있는 오름이라는 뜻의 '네쿠', 구체적으로는 원시 몽골어 '니구'에서 기원했으며, 그 뜻은 '습지 초원에 있는 샘이 있는 오름'임이 명백해졌다. 독자들의 이해를 바란다. 낭끼오름은 습지 초원의 오름이란 뜻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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