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접한 두 오름 명칭이 똑같은 이유 [한라일보]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145번지다. 표고 514m, 자체 높이 134m이다. 지명에 대해 근거 없는 '전설의 고향'식 설명이 춤을 춘다. "남쪽에 있는 오름이 산정 화구호인 못이 패어 물이 괴어 있으므로 물영아리라 부르는 데 반하여 부르는 것이다.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신령 같은 여인이 머리를 풀고 앉아 있는 형세라 하여 영아악(靈娥岳)으로 전한다." 제주도가 발행한 제주의 오름에 나오는 내용이다. 여문영아리와 물영아리오름 사이를 흐르는 송천을 막아 조성한 저수지, 보이는 오름은 물영아리오름이다. 김찬수 지역에서는 영아리악(靈阿里岳), 영아악(靈娥岳), 영악(灵岳), 영운영악(灵雲灵岳), 영하악(靈阿岳), 예문영악(礼文灵岳), 용와악(龍臥岳) 등으로 쓰고 있다. 검색된 지명은 모두 14개에 달했다. 그중 영아리악(靈阿里岳), 영아악(靈娥岳), 영악(灵岳), 영하악(靈阿岳), 영하악(靈何岳) 등 5개는 인접한 물영아리오름과 중첩되는 이름들이다. 영(靈)을 공통으로 사용하면서 영아리를 음차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용와악(龍臥岳)도 용아리를 차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왜 인접한 두 오름의 이름이 같을까? 이게 첫 번째 의문이다. 여문영아리의 '여문'이란 무슨 뜻인가 여운영아리(如雲永我里), 여운영아리악(如云永我里岳), 여운영알(如云灵謁), 영운영악(灵雲灵岳), 영알이(瀛謁伊), 예문영악(礼文灵岳) 등 6개는 오늘날 일반에서 사용하는 지명 여문영아리를 음차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여기에서 볼 수 있는 '아리', '아악', '하악', '하리', '영알', '알이', '영악' 등은 모두 '아리'를 나타내려고 한 것이다. 이 말은 물장올에서 보이는 '올', 테역장오리의 '오리', 절우리의 '우리'처럼 오름의 고어형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여문영아리, 염은영아리의 '여문', '염은'이 무슨 뜻인가 하는 것이다. 이게 두 번째 의문이다. 여문영아리 탐방로 초입에 있는 못, 오름 주변에 크고 작은 못들이 있다. 곰솔 숲 너머로 여문영아리가 보인다. 김찬수 마르고 단단한 땅을 제주어로 '염다'라 한다는 실재하지도 않는 설을 만들어 놓고 그에 근거하여 물이 있으면 물영아리, 물이 없으면 염은영아리라고 푼다. 영아리란 말은 본 기획 73회 토산 편과 80회 물영아리오름 편에서 밝힌 바 있다. '여문'은 습지, 여울과 같은 기원, 국어 '우리다'로 의미 분화 영아리오름이란 '돌오름'에서 기원한다. 돌오름은 물이 있는 오름이라는 뜻이다. 다만 본 기획 80회 물영아리오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분화구에 물이 있어서 '영아리'라고 했다는 부분은 잘못됐기에 바로 잡는다. 물영아리오름의 지명 기원은 바로 송천에 있다. 지금은 훨씬 크게 확장하여 저수지를 조성했지만, 원래 샘물이 흘렀던 작은 골짜기였다. 그런 연유로 '영아리'란 지명이 붙었다. 그런데 이 샘물은 물영아리와 여문영아리 사이를 가로지른다. 어느 한 오름에 특별히 치우친 지세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둘 다 영아리라 했을 것이다. 고전의 기록이나 현실적으로도 한 이름 두 오름 즉, 동명이오름이다. 이런 혼란을 피하자니 또 다른 지명도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붙은 것이 여문영아리다. '여문'이란 말은 건조하다거나 단단하다는 말과는 거리가 멀다. 이 말은 원래 '흠뻑 적시다', '젖다' 등을 의미하는 트랜스 유라시아어의 원시어 '울룸(ulum)'에서 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말은 점차 중간 모음 'u'가 탈락하면서 몽골어권에서 '습지'를 지시하는 말로 의미가 분화했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국어에서는 뜻이 더욱 벌어져 '우리다'로 전의됐다. 이 말은 1542년 '분문온역이해방'이라는 의서에 처음 나온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여문영아리라는 지명을 남긴 사람들은 이보다 훨씬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이다. 여문영아리는 어원상 여울이 있는 습지 오름이라는 뜻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