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오피니언
[송규진의 현장시선] 2025년은 보행자 우선 교통정책의 전환점이 되기를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입력 : 2025. 01.10. 01:30:00
[한라일보] 도로(道路)의 개념은 차도와 보도를 포함한다. 여기에는 사람이 있다. 모든 길의 주인공은 사람이다. 길에는 굽이굽이 살아온 이야기가 있고, 내일의 비전을 만들어 가는 통로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은 도시에서 또 다른 소통의 장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도로는 자동차 위주로 신설이 되고 운영이 돼왔다. 신도시가 계획이 되더라도 사방으로 도로를 먼저 계획하고 건물이 들어서는 순으로 도시가 건설됐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우선적으로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걸어 다니는데 불편함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원도심은 말할 것도 없이 이도지구, 아라지구, 노형2지구를 보더라도 이면도로에는 보행공간이 없는 곳이 대다수이고 그마저 차량들의 양면주차로 인해 보행자가 차도로 다녀야 하는 사고위험에 상시 노출돼 시민들이 걷기를 두려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걷고 싶은 도시를 추구하고 있는 오영훈 도정은 다양한 정책으로 도로를 사람에게 중심을 맞추어 가겠다는 계획을 펼치고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15분 도시를 표방해 2024년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다. 프랑스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고안한 이론인 15분 도시는 도보와 자전거를 이용, 15분 이내로 갈 수 있는 곳에서 주거와 일, 쇼핑, 교육 등 사회 기본 기능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주민들 간 연계를 높이고, 삶과 서비스가 지역사회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파리에서 처음으로 구체화됐다.

이 정책이 제주에 적합한지는 차제(次第)하더라도 그동안 차량 위주로 건설된 도로의 개념을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또한 15분 도시가 시범적으로 실시되는 지역에서는 소기의 성과가 있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굵직한 정책은 계속 진행하면서, 우리 주변 이면도로를 보행자 위주의 환경으로 변화시키는 일은 2025년에는 체계적인 정비 방안이 시작돼야 한다고 본다.

이면도로 보행의 쾌적성이 확보된다면, 대중교통 접근성도 높아져 도심의 차량 이용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제는 제주도도 사람 중심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 보도블록을 평탄하게 하고 턱을 낮춰 휠체어나 유모차를 포함해 보행이 어려운 누구나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길이어야 한다. 아울러 보행자와 운전자의 시선을 가려 안전을 위협하고 미관을 훼손하는 불법 현수막과 적재물들도 정비 돼야 한다. 무엇보다 횡단보도나 어린이보호구역의 불법 주·정차는 더욱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걷고 싶은 도시는 교통과 도로 행정, 안전, 문화, 경제, 관광 등 도시 생활 전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사람이 거니는 길, 보행 부문에 대한 인식 전환과 통합적 관점의 정책이 반드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을사년 새해에는 도로가 사람 중심으로 이용 가능한 출발선이 되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송규진 제주YMCA 사무총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