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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100)수석-유수연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입력 : 2025. 01.14. 02:00:00
[한라일보]

하다 하다 돌까지 사랑하려 한다

내가 살아온 시간보다 오래 사랑받아온 돌도 많다



사랑하지 않을 때까지 사랑해보면

사랑 못 할 게 없으니까



돌에 사랑을 주는 게 아니라

돌에 마음을 닦는 것이라 했다



형상을 찾는 게 아니라

형상이 찾아오는 것이라 했다



찾아오면 모시면 된다

곁을 내어주지 않을 때까지



돌에 하는 사랑을 둘이 못 할 것 없었다

삽화=배수연



단 하나의 문만 열려 있는 게 사랑이라면 돌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으리라. 그러니 돌 같은 사랑도 있는 법이고, 사랑이 넘쳐 돌까지 사랑하려는 사람이 있다 해도 돌이라도 위험을 무릅쓰고 사랑해 보려는 사람을 이상하게 여길 일도 아니다. 어디선가는 돌밖에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있어서 수석은 팔리고 수석을 집안에, 심지어 화장실 욕조에까지 모시는 케이스를 봤다. 사랑을 지속하려는 슬픔은 차라리 돌에 마음을 닦는 것으로 치면 위로가 될 수 있고, 둘이 못 할 것 없는 결말을 바란다면 돌에 하는 사랑에서 배울만한 점도 있을 것이다. 목석이라도 사랑할 수 있는 재주를 가진 자라면 사랑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 정도의 사랑에 형상을 찾을 필요는 없을 것이고 다른 이해를 구할 필요도 없을지 모른다. 우리가 말하는 바 사랑의 '소외'가 바로 이것이다. 사랑을 어쩌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 속 기도를 우리는 다 알지 못한다. 차라리 세상은 황폐하고 추우니 돌 속에서 나오지 말고 따뜻하게 잘 지내라는 편지를 쓰고도 싶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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