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꼬메에서 가지 친 다양한 지명들 [한라일보]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3763번지다, 표고 78m, 자체 높이 73m다. 요즘 지질공원으로 유명해졌다. 수월이라는 동생과 녹고라는 형이 병든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약초를 캐러 갔다가 수월이가 미끄러져 죽었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수월공(水月公)의 후손들이 수월공의 호를 따서 수월악(水月岳)이라 한 데서 이름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있다. 1703년 탐라순력도 등에 고산(高山), 1709년 탐라지도 등에 한자두(汗子頭), 호남전도에 고구산(高丘山) 등 여러 표기가 발견된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에 수월봉으로 표기했다. 지역에서는 놉고물오름, 노꼬물오름, 녹고물오름, 물나리오름, 무니리오름, 물나리오름으로 부른다. 수월봉과 고산평야, 농지로 정비되기 전에는 이 넓은 들판 곳곳에 못과 습지가 형성되어 있었다. 오른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수월봉. 김찬수 퉁구스어 '무니리'와 몽골어 '노꼬메' 이런 지명은 제주도 내에서 간혹 보인다. 본 기획에서도 이미 설명한 바 있다.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와 소길리에 걸쳐 있는 노꼬메가 있고, 어형이 다소 이질적인 낭끼오름이 있다. 마을 이름에서 보인다. 표선면 하천리의 옛 지명으로 '내끼'가 있다. 이런 '노꼬', '낭끼', '내끼' 등은 모두 같은 지명족이라 할 수 있다. 이 지명은 모두 '네쿠'에서 기원했다. 구체적으로는 원시 몽골어 '니구'에서 기원했으며, 그 뜻은 '습지 초원에 샘이 있는 오름'이다. 오늘날 수월봉으로 널리 부르고 있는 이 오름은 과거엔 '노꼬메'로 불렀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오름은 근처에 샘이 있다. 이런 연유로 '메'가 붙었다. 흔히 설명에서 보듯이 이 '메'가 산을 지시하는 '뫼'의 변음이 아니다. 고구려어 기원으로 샘을 지시하는 지명소다. 따라서 이 오름을 '놉구메' 혹은 '노꼬메' 등으로 부른 것은 습지 초원에 있으면서 샘도 있는 오름이라는 뜻이다. 이 오름은 소위 고산평야라 부르는 넓은 들판에 연접해 있다. 이곳에 크고 작은 못들이 산재한다. 수월봉의 샘, 해안 절벽에는 이렇게 흘러나오는 샘이 여러 곳에 있다. 김찬수 접두어처럼 쓰인 '무'와 '물' 중 '무'는 '물'에서 'ㄹ'이 탈락한 형태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역시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다. 물이란 말은 퉁구스어권에서 널리 분화했다. 에벤키어, 에벤어, 네기달어, 여진어, 올차어, 오로크어, 오로첸어, 우데게어, 솔론어 등에서 '므', '모', '마', '무'가 물을 지시한다. 우리 국어에서는 다소 다르게 분화했는데, 1447년에 나온 용비어천가에 '믈'이라고 나온 이래 계속 사용했고, 오늘날의 어형 '물'은 1781년 왜어유해라는 책에 처음 나온다. 따라서 '무니리'가 가장 이른 시기에 사용한 지명일 것이다. 다음은 '물나리', '물나리'로 변천했을 것으로 보인다. '노꼬메', '무니리' 등 지명에 박혀 있는 이 말들은 제주어의 기원을 밝히는 단서가 될 보석들이다. 제주어 형성에 영향을 미친 두 언어집단의 교차 다소 특징적인 지명이 '한자두(汗子頭)'다. '汗(한)' 자는 '땀'을 뜻하기도 하지만 '물이 끝없이 질펀한 모양'을 의미하기도 하다. 이런 말로 고대어에서는 퉁구스어계에서 '테르베'라 하고, 몽골어 계통에서는 '텔' 혹은 '델'을 어원으로 다양하게 분화했다. '자(子)'는 평평한 등성이를 한 오름에 붙는 지명어다. 제주어에서는 '마루'가 산등성이라는 의미로 쓴다. '마루 지(旨)'를 차용해 쓰다가 점차 발음이 같은 '아들 자(子)'로도 쓰게 되었다. 이 오름은 고대에는 '텔마루', '델마루', '닫마루'라고 불렀을 것이다. 이후 '달마루'로도 변형되었을 것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수월봉은 '노꼬메' 혹은 '무니리'라고 부르는 언어사회가 교차했던 흔적이다. '노꼬메'는 몽골어계, '무니리'는 퉁구스계의 언어다. 둘 다 '습지 초원에 샘이 있는 오름'이라는 뜻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