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국입춘굿의 하나인 '낭쉐몰이'. 제주민예총은 올해 낭쉐몰이 코스를 늘리고 시민 참여를 더하는 변화를 예고했다. 제주민예총 제공 [한라일보] 새봄을 맞으며 한 해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탐라국입춘굿'이 오는 20일 '입춘 맞이'로 시작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귀포까지 굿마당을 넓히고, 시민이 함께하는 '낭쉐몰이'로 공동체의 연대를 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등 어두웠던 세밑을 뒤로하고 희망이 넘치길 바라는 뜻을 담은 올해의 슬로건은 '봄, 터졌소이다!'다. 사단법인 제주민예총은 15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2025 을사년 탐라국입춘굿' 행사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로 26회째인 제주의 대표 새봄맞이 축제다. 그동안 제주시가 개최하던 행사가 제주도 후원으로 열리는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한 해 풍년 기원 '입춘굿' '입춘'은 새해의 상징이다. 옛 사람들은 보통 양력 2월 4일인 이 절기에 새봄이 시작된다고 믿었다. 제주에선 '새철 드는 날', '문전맹질' 등으로 부르며 입춘을 맞았다. '신구간'에 하늘로 올라가 자리를 비운 1만8000 신들이 다시 땅으로 내려와 새해의 일을 시작하는 이때에 풍농을 기원했던 게 '입춘굿'이다. 입춘굿은 탐라시대부터 조선 말기까지 이어진 것으로 전해지지만 일제강점기에 맥이 끊겼다. 그러다 제주민예총이 복원에 나서 1999년 되살렸다. 코로나19로 2020년 한 해를 건너뛰긴 했지만, 2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전승문화축제다. 관과 민이 풍년을 기원했던 굿에서 모두가 함께 즐기며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축제로의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열렸던 탐라국입춘굿의 '입춘휘호'. 한라일보 DB 올해 입춘굿은 이달 20일부터 2월 4일까지 열린다. 축제의 무대가 서는 '본행사'는 2월 2~4일 3일간이다. 이전까진 소원지 쓰기, 굿청 열명·기원차롱 올리기 등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 맞이'가 제주민예총 온라인 플랫폼에서 진행된다. '거리굿'이 열리는 본행사 첫날(2월2일)에는 오전 9시부터 '춘경문굿'이 펼쳐진다. 제주사람들이 집안의 평안을 지켜주는 신에게 올리는 '문전제'의 의미를 살려 도내 관청 등을 돌며 액운을 없애고 무사안녕을 기원한다. 지난해부터 서귀포시까지 무대가 넓어졌다. 두 지역 관공서를 비롯해 제주시에선 오일장, 국제여객터미널, 서귀포시에선 올레시장, 이중섭거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이날 오후 1시에는 건입동, 구좌읍 등 제주시 지역 25개 읍면동에서 '새봄맞이 마을거리굿'이 열린다. 이후 다시 제주목 관아, 관덕정으로 무대를 좁혀 삼헌관이 풍요를 기원하는 유교식 제례인 '세경제', 입춘굿 슬로건을 큰 붓으로 쓰는 퍼포먼스 '입춘휘호', 항아리를 깨뜨려 액운을 제주 밖으로 내보내는 '사리살성', 낭쉐(나무 소)에 금줄을 치고 코사(고사)를 지내던 것을 재현한 '낭쉐코사'를 이어 간다. 이튿날 '열림굿'(2월3일)은 제주읍성을 둘러싼 신당을 돌아보는 '입춘성안기행'으로 시작된다. 제주굿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주젱이·허맹이 시연', '칠성비념'에 더해 도내 학자, 극단, 어린이 등이 함께하는 공연마당도 펼쳐진다. 올해 처음 '큰대(하늘과 땅을 잇는 큰 기둥) 세우기'도 선보인다. 큰대는 굿을 할 때 신을 모시는 통로가 되는데, 이를 준비하는 과정 등을 큰심방의 이야기로 들려준다. 마지막날 '입춘굿'(2월4일)은 하늘에 있는 1만8000 신들을 굿판에 모시는 '초감제'(오전 10시)로 문을 연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낭쉐몰이 입춘덕담'은 축제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올해 탐라국입춘굿 총연출을 맡은 오유정 사단법인 마로 음악감독은 "낭쉐몰이에 집중했다. 많은 힘을 실었다"며 기대를 높였다. 이전과 달리 올해 낭쉐몰이는 코스를 늘리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관덕정 서측 공영주차장 앞에서 시작해 관덕정 광장 앞을 지나 중앙사거리까지 향했다 다시 제주목 관아로 돌아와 망경루에 멈춰 선다. 낭쉐몰이는 호장을 중심으로 낭쉐와 잠대를 끌며 진행하는 모의 농경의례로, 이 의식이 끝나면 호장이 나와 입춘덕담을 전한다. 올해 호장은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이 맡는다. 이외에도 제주의 유일한 탈놀이인 '입춘탈굿놀이' 등이 펼쳐지며 희망의 봄을 기원하는 '입춘대동'으로 축제는 막을 내린다. 본행사 3일간 낭쉐뿔 만들기, 입춘 춘첩 쓰기, 열두 달 복 항아리 동전 소원 빌기 등 체험 행사도 진행된다. 3~4일 이틀간은 '입춘천냥국수' 먹거리 마당도 준비된다.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심방을 중심으로 한 제주굿은 제주 공동체적 질서를 유지해 온 가장 제주적인 전통"이라며 "사람과 사람의 갈등, 기후 위기 등으로 혼란한 21세기에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인간과 인간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야 되는지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지혜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까지 제주 전통인 굿놀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고민해 왔고 올해는 낭쉐뿔 만들기, 낭쉐몰이 등 참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미약하지만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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