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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융합의 '표류'… 우리 연결한 '바다'" [제주비엔날레]
제4회 제주비엔날레 국제 컨퍼런스 '표류' 주제
국내외 작가 '예술'로 구체화된 여정 의미 조명
한 달 남짓 남은 비엔날레… 오는 2월16일까지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입력 : 2025. 01.19. 14:21:27

지난 18일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제주비엔날레 국제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다. 제주비엔날레 사무국 제공

[한라일보] '물 위에 떠서 정처 없이 흘러감'. 사전적 의미의 '표류(漂流)'는 피동적이다. 목적지를 정하지도 못한 채 떠밀거나 떠돌게 된 상태를 시사한다. 지난 역사 속 한 개인, 한 민족도 그렇게 '표류'해 왔다. 그 잔혹하고 처절했던 여정이 세계를 능동적으로 탐구하는 '예술'이 돼 '우리가 함께한 바다'의 연결을 시도하고 있다.

'표류'를 화두로 던지며 지난 11월 개막한 '제4회 제주비엔날레'가 오는 2월16일까지 한 달 남짓의 여정을 남겨 두고 있다. 지난 18일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린 제주 비엔날레 국제 컨퍼런스의 큰 물줄기도 '표류의 섬, 제주:이동, 교차, 융합'이었다. 제주는 물론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등 현지 예술인들까지 표류의 의미를 다각도로 조명하며 다양한 관점을 제시했다.

이날 기조발표에 나선 강제욱 제주비엔날레 전시감독은 근세기 서구 제국주의의 침략과 일본 제국주의의 팽창, 청나라의 멸망, 좌우 이념 갈등 등 비슷한 소용돌이를 경험해 온 쿠로시오 해류 주변 국가들이 "풍요와 자유의 세계로 나아가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듯 보인다"고 했다. 필리핀 부근에서 북상해 대만, 동중국, 한국, 일본을 경유해 북태평양으로 빠져나가는 '쿠로시오 해류'는 이번 제주비엔날레의 중요한 상징이다.

강 감독은 "쿠로시오 해류는 남방의 국가들과 제주도를 연결하며 자연, 환경, 문화, 종교, 정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과 운명을 함께 직조해 왔다"며 "단순한 항해를 넘어 전쟁, 학살, 그리고 지구적 불평등과 인간 이동의 복잡한 양상을 드러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엔날레) 참여 작가들의 작업은 표류의 여정을 예술로 구체화한다"며 "그들은 동시대적 고민을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맥락과 결합해 관객에게 공감과 성찰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화상 연결로 주제발표에 나선 해외 예술인들도 '표류'가 현지 미술을 움직이게 하는 물결이 되고 있다고 했다. 누룰 무니라 로하이잔 말레이시아 독립큐레이터는 "말레이시아 미술은 역사적 서사를 비판하고 재구성하기 위해 표류를 사용한다. 작가들은 이주, 무역, 문화 교류의 순간을 돌아보며 이런 사건이 말레이시아의 정체성을 어떻게 형성했는지 탐구한다"고 했고, 안젤로 지안 데 메사 필리핀 사진가는 "역사는 필리핀에 항상 호의적이지 않았으며 식민주의, 초세계화, 내부 갈등의 파도가 빈번히 그 방향을 결정했다. 필리핀 사진은 사회 정치적 흐름에 따라 밀물과 썰물을 반복하고 움직임과 변화를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부오 타카모리 대만 독립큐레이터는 대만 조각가 왕더위의 'N.33.22' 등 제주비엔날레에 출품한 대만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며 "쿠로시오 해류의 이동 경로에 위치한 대만은 섬일 뿐만 아니라 이민자들에겐 교차로와 같은 국가"라면서 "(대만의 내부적 갈등을 다룬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통한) 정체성의 공유가 역사적, 사회적 분열을 화해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지난 18일 열린 제주비엔날레 국제 컨퍼런스. 제주비엔날레 사무국 제공

컨퍼런스에선 제주도의 문화·역사·사회적 관점에서 '표류'의 의미가 탐구되기도 했다. 길가은 상주박물관 학예연구사, 현승환 제주대 국어교육과 명예교수, 김연주 문화공간 양 대표, 김재인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김완병 제주학연구센터장 등이 주제 발표에 나섰으며 종합토론도 이어졌다.

한편 제주비엔날레는 '아파기 (阿波伎) 표류기: 물과 바람과 별의 길'을 주제로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26일부터 83일간의 일정으로 제주도립미술관을 비롯해 제주현대미술관 문화예술공공수장고, 제주아트플랫폼,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등 5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전시에는 14개국, 작가 87명이 회화, 설치, 사진,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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