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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 [한라일보] 타셈 싱 감독의 [더 폴: 디렉터스 컷](이하 [더 폴])이 지난 해 크리스마스 개봉 이후 2달이 채 안되는 시점에 11만 관객을 돌파하는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 70개가 되지 않는 상영관에서 시작한 [더 폴]의 이와 같은 흥행 기록은 이변에 가까운 일이다. 2008년 국내에서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던 이 작품은 무려 16년 만의 재개봉을 통해 40만 관객을 동원한 [서브스턴스]와 함께 올 겨울 아트 영화 시장의 호황을 견인한 쌍두마차라 할 수 있겠다. 기록적인 흥행에 영화를 연출한 타셈 싱 감독은 내한 행사를 통해 한국의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10여 차례가 넘는 관객과의 대화와 기자 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라며 '한국 관객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하겠다'라고 행복함을 감추지 못하는 타셈 싱 감독과 예술 영화가 좀처럼 상영되기 어려운 멀티플렉스의 대형 상영관까지 매진 시키며 그의 작품과 행보에 열렬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한국의 관객들이 만들어 내는 진풍경이 올 겨울 국내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중이다. 물론 16년 전에는 타셈 싱 감독을 비롯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영화 [더 폴]은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스턴트 맨 로이(리 페이스)와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던 호기심 많은 소녀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루카)의 이야기다.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들어주는 시간'을 공유하며 만들어 내는 환상적인 '이야기의 여정'이 작품의 기둥이 되고 수많은 광고 작업을 통해 익히 그 감각과 역량을 인정 받은 타셈 싱 감독의 비쥬얼리스트로서의 압도적 장기가 만들어내는 화려한 오브제들이 이야기의 기둥을 유려하게 감싸는 작품이다.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고 구현한 [더 폴]의 경이로운 이미지들은 마치 고전 그림 동화책의 풍미를 그대로 구현한 듯 아름답고 서정적이다. 로이가 알렉산드리아에게 들려주는, 다섯명의 무법자들이 겪는 모험담은 이야기의 화자와 청자인 두 사람의 관계와 반응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해가며 정형화되지 않는 형태를 만들어내고 경로를 수시로 이탈하며 예기치 못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더 폴] 특유의 자유로운 스토리텔링은 지금 한국의 젊은 관객들에게 강력한 호응을 얻어내고 있다. 타셈 싱 감독의 믿기 힘들 정도의 애착과 노력이 시간이 흐른 뒤 더 진한 감흥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 또한 주목할 만한 일이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가성비의 시대라고 할 만큼 경제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시대에 도착한 [더 폴]이라는 노작이 왜 관객들에게 감동을 남기는지는 작금의 한국 영화계도 곱씹을 만한 화두다. 구현하고자 하는 세계를 위해 로케이션 헌팅에만 19년,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현해 낼 아역 배우를 찾는 데만 9년의 시간을 쓴 타셈 싱 감독은 전 세계 24개 지역에서 이 환상적인 세계를 만들어 냈다. 또한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친밀함의 마법'을 통해 서로의 세계관을 공유하게 되는 로이와 알렉산드리아의 이야기 또한 관객들의 마음 깊이 스며든다. 닮은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연령, 성별, 나이, 경험 등 모든 것이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신뢰하며 이야기의 안으로 깊숙하게 빠져드는 모습은 지금의 한국 관객들과 타셈 싱 감독이 만들어 내는 관계의 형태와도 닮아 있다. 늦지 도착한 편지라도 그 안에 담겨 있는 진심을 읽어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답장을 쓸 수 있는 것처럼 [더 폴]의 한국 재개봉은 창작자와 대중 사이에 마법처럼 만들어진 러브 레터의 징검다리를 보는 일이기도 하다. ![]()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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