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겨울의 행방을 물으신다면*-안희연 [한라일보] 얼굴은 목이라는 벼랑 끝에 놓인 어항, 이끼로 뒤덮여 있다 안쪽까지 깨끗이 닦고 싶어서 물가로 갔다 비를 내려주세요 살아 있고 싶어요 오긴 왔는데 폭우였다 나뭇가지에 뺨을 긁혔어요 흙탕물이 출렁여서 앞이 안 보여요 *「겨울의 행방을 물으신다면」 부분 ![]() 삽화=배수연 이끼로 뒤덮인 어항을 씻어야 하는데 "비를 내려주세요"라고 기도하면 앞이 안 보일 정도의 폭우가 와 모래로 뒤덮이는, 그래서 '죽음'이 되고 마는 기도. 안 그러면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죽어야 할 판이다. 어항은 얼굴. 얼굴은 경추 1번 위에 올라가는 것인데, "목이라는 벼랑"은 누구에겐 '텅 빔'과 같은 기호이다. "나뭇가지"에라도 걸리면 얼굴은 땅에 떨어지고 말 텐데, 누가 알려줘야 할까. 어항 속에 사람이 있다고. 철학자? 과학자? 시인? 의사도 몰랐다는데. 얼굴이니 닦으며 살아야 하는데 폭우에 "흙탕물이 출렁여서 앞이" 안 보인다. 화자는 묻는다. "무사히 옮겨낼 수 있을까요/ 나의 영혼/ 나의 물고기". 그렇다면 애초에 우리에게 허용된 것은 무엇인가. 정황상 우리에게 허용되지 않은 것이야말로 우리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인가. 흐릿한 물고기 한 마리가 건너온다. 미래가 없다면 불공평하지만 영혼아 무슨 소용이냐! 벼랑이 많은 사랑을 하고 싶은 거라면. <시인>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