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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108) 겨울의 행방을 물으신다면*-안희연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입력 : 2025. 03.18. 02:00:00
겨울의 행방을 물으신다면*-안희연




[한라일보] 얼굴은

목이라는 벼랑 끝에 놓인

어항,



이끼로 뒤덮여 있다



안쪽까지 깨끗이 닦고 싶어서

물가로 갔다



비를 내려주세요

살아 있고 싶어요



오긴 왔는데

폭우였다



나뭇가지에 뺨을 긁혔어요

흙탕물이 출렁여서 앞이 안 보여요

*「겨울의 행방을 물으신다면」 부분

삽화=배수연



이끼로 뒤덮인 어항을 씻어야 하는데 "비를 내려주세요"라고 기도하면 앞이 안 보일 정도의 폭우가 와 모래로 뒤덮이는, 그래서 '죽음'이 되고 마는 기도. 안 그러면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죽어야 할 판이다. 어항은 얼굴. 얼굴은 경추 1번 위에 올라가는 것인데, "목이라는 벼랑"은 누구에겐 '텅 빔'과 같은 기호이다. "나뭇가지"에라도 걸리면 얼굴은 땅에 떨어지고 말 텐데, 누가 알려줘야 할까. 어항 속에 사람이 있다고. 철학자? 과학자? 시인? 의사도 몰랐다는데. 얼굴이니 닦으며 살아야 하는데 폭우에 "흙탕물이 출렁여서 앞이" 안 보인다. 화자는 묻는다. "무사히 옮겨낼 수 있을까요/ 나의 영혼/ 나의 물고기". 그렇다면 애초에 우리에게 허용된 것은 무엇인가. 정황상 우리에게 허용되지 않은 것이야말로 우리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인가. 흐릿한 물고기 한 마리가 건너온다. 미래가 없다면 불공평하지만 영혼아 무슨 소용이냐! 벼랑이 많은 사랑을 하고 싶은 거라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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