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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보강공사 국내 3% 수미산건설 고인봉 대표 [제주人]
[제주 출신 경제人스토리] (6) 고인봉 수미산건설(주) 대표
건축물 안전관리 보강 분야 건설업서 탄탄한 입지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입력 : 2025. 12.08. 03:00:00

수미산건설(주) 고인봉 대표.

삼풍 사고 이후 ‘시설물 안전’에 눈떠 30대 창업 결심
현대백화점 등 구조보강 전문성으로 업계 신뢰 확보
“부채 없는 투명한 경영… 10년 내 매출 1000억 달성”




[한라일보] 한라일보는 제주 출신 기업인들의 활약상을 시리즈로 보도한다.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대한민국의 기틀을 만들어온 제주 출신 기업인들을 조명하고, 국내외 환경변화로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그들의 경험과 조언을 듣기 위함이다. 시리즈 여섯 번째 인물로 시설물유지관리공사업에서 시작해 구조보강공사 등으로 건설업에 뿌리 내린 수미산건설(주)의 고인봉(58) 대표를 소개한다.

고인봉 수미산건설(주) 대표는 대기업에서 건설 관련 업무를 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30대 중반에 사업을 구상, 2002년에 수미산건설(주)를 설립했다. 이후 23년간 주요 건설회사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업계에서 인정받는 회사로 수미산건설을 성장시켜왔다.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리 출신인 고 대표는 동남초등학교, 성산중학교, 세화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로 진학한 뒤 졸업 후 현대산업개발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안정적인 대기업 근무를 뒤로하고 시설물유지관리업으로 창업을 한 배경에는 우리나라가 급속한 성장을 이어오던 1990년대 대한민국에 큰 충격을 안긴 성수대교(1994년)와 삼풍백화점(1995년) 붕괴 사고가 있다. 당시는 건축물에 대한 안전관리나 보강 등 시설물유지에 대해서는 제대로된 인식이 없었던 때다. 결국 두 번의 대형 참사는 우리 사회에 시설물유지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으며 고 대표도 창업을 고민하게 됐다.

"두 사고 이후 '시설물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시특법)이 제정됐습니다. '시특법' 제정 전에는 건물을 지으면 사용자들이 임의로 구조변경을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건물 안전과 유지보수에 대한 매뉴얼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시특법에 따라 관련 전문 건설업종이 새롭게 만들어졌고 제가 대기업 근무 당시 회사에서 맡았던 업무가 건물AS, 유지보수 분야였기에 이 업종으로 창업하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그가 몸담았던 대기업 근무 부서가 계열사로 분리되는 등 회사 내부 사정도 겹치면서 그는 운명처럼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평생 월급쟁이로 살 수 없고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계속 마음이 있었는데, 멈칫거리다가 이번 기회에 꿈꿔왔던 걸 도전해보기로 했지요. 그때 아이들이 어렸으니까 이 기회가 아니면 영원히 도전을 어려울 것 같다는 조바심도 있었습니다. 안정적 직장을 관두겠다고 하니 아내가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결국 허락을 해줬고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창업에 대한 꿈을 실현한 그였지만 사업가로 변신한 뒤 맞닥뜨린 현실은 신생 건설회사에 대한 편견이었다.

"처음 사업자 등록을 하고 법인카드를 만들 때 은행에 갔더니 은행 직원이 매우 꺼려하더라고요. 건설회사가 너무 많고, 망하면 사무실에 책상과 전화기만 남는다면서 면전에서 부정적으로 말하는 겁니다. 건설업계에 부실회사가 많아서 은행에서는 좋은 시선은 아니었던 거죠. 어렵게 한도 100만원 정도 되는 법인카드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창업 후 첫 거래를 현대산업개발과 하고 나서 어음으로 받은 공사비를 찾으러 은행에 다시 갔더니 당시 그 직원이 대기업과 거래를 한 것에 많이 놀라는 모습을 보게 됐다. 지금 수미산건설은 국내 도급순위 15위 안에 드는 대형 건설회사와 모두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예전에는 대기업과의 협력을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여야 했지만 10여 년 전 부터는 그동안 쌓은 실적과 신용이 바탕이 돼서 거꾸로 협력을 요청해오는 상황이다. 대기업 거래처들로부터 최우수 협력 업체로 인정도 받고 있다.

"대기업과 거래를 하게 되면 건설회사는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지요. 그래서 대기업 협력사를 하려는 회사들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저는 몸담았던 현대산업개발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대기업 거래를 할 수 있었고, 계속 실적을 쌓으면서 다른 주요 건설 대기업과의 협력으로 이어졌습니다."

시설물유지관리업으로 시작했던 수미산건설은 지금은 건축공사업과 토목공사업을 함께 하는 건축토목전문업으로 등록돼 있다. 업종 변경은 그동안 업계의 환경 변화로 이뤄졌다. 시설물유지관리업이 3년 전 없어졌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시설물유지관리업이 건축공사와 토목 공사를 포괄적으로 시공하는 '일반건설업'과 방수, 미장 등 특정 분야의 '전문건설업'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에 있다보니 업종 간 다툼이 발생하는 일이 있었다"며 "시설물유지라는 것이 공정을 특정할 수 없고 포괄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며 결국 정부가 이 업종을 없애는 걸로 결정을 했고 저도 업종전환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설물유지관리업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구조 보강공사가 현재 수미산건설의 특화 분야다. 서울 삼성역 파르나스호텔 리뉴얼 공사 당시 보강공사를 맡았고, 현대백화점 천호점 리뉴얼 공사를 담당했다. 부산 해운대 파크하얏트호텔 보강 공사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은 없어졌지만 그 일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기에 그의 사업 영역은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건설업계가 불황이지만 상대적으로 리모델링 시장은 활성화돼 있는 편이라고 고 대표는 말했다.

"일반 빌딩 건물은 부숴서 새로 짓기 보다 리모델링이나 증축하는 게 대다수입니다. 그럴 때 보강 공사는 필수죠. 그래서 창업 이후 꾸준히 성장해왔고 전국에 5000개 정도 관련 업체가 있는데, 저희 회사는 전국 3% 안에 꼽히는 것 같습니다."

그가 해왔던 여러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이전 공사다. 고생 끝에 성공적으로 공사를 마무리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표창을 받기도 했다.

"광화문에 있던 문체부 청사를 종로 혜화동 서울과학관으로 이전하기 위해 과학관을 리모델링했는데 당시 이전계획에 맞춰야 해서 10개월 정도 만에 부처 이전을 완료해야 했습니다. 입찰에 도전할 때까지만 해도 어려움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고, 다행이 잘 마무리되어서 다른 공사 입찰에 관련 경력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업종 전환 이후 시공사로서 공사를 진행한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때문에 자금난에 빠질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시행사가 분양을 하겠다고 했다가 말을 바꾸는 바람에 공사 자금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고, 자체적으로 공사를 해결해야 하는 큰 위기가 있었다.

"다행히 우리 회사가 재정을 잘 관리하고 있어서 자체 비용으로 해결했지만, 업종 전환 후 건설업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상황에서 겪은 일이어서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이같은 경험을 통해 그는 회사 경영을 함에 있어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가장 중요시하게 되었다. 특히 건설회사의 경우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가 요즘처럼 분위기가 반전되면 회사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고 대표는 지적했다.

"회사 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부채 없이 운영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같은 경영철학을 고수할 것입니다."

그는 고향 제주를 떠올리며 사업 초창기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대출을 알아볼 당시 심사를 나온 관계자가 같은 고향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좋은 분위기 속에 얘기를 나누게 됐고 일이 잘 풀렸던 경험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고 대표는 "저도 제주 사람을 만나게 되면 한 번 더 챙기게 된다"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서울에서 제주경제인연합회 부회장과 제주도민회 장학회 상임이사로서 고향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수미산건설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한 그는 "앞으로 5년 내 매출 500억 달성, 10년 내 1000억 달성이 목표"라며 회사의 성장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부미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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