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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한 해가 또다시 저물어 간다. 올가을과 겨울엔 유난히 낙엽이 많게 느껴진다. 가로수마다 적잖은 잎사귀가 매달려있지만 얼마 전까진 도로가 낙엽으로 수북했다. 밟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많아 쿠션감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낙엽이 지는 모습은 자연의 변화이자, 인생의 유한함과 모든 것이 결국 사라진다는 '인생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언젠가 뿌리로 돌아가는 세상의 이치를 상징하기도 한다. 낙엽은 다양한 영양분을 함유한 유기물 자원으로, 토양에 떨어지게 되면 분해돼 토양의 비옥도를 높이고 미생물 활동을 촉진한다. 나뭇잎은 푸르름을 선사하고, 여름에 그늘을, 가을에 단풍을 제공하는 영양만점의 존재라 할 수 있다. 운치도 있다. 하지만 도로 위 낙엽은 골칫덩이다. 도로 미끄럼은 물론 배수구를 막히게 하는 장애물로 전락한다. 또 흙 속의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거름이 돼야 정상이지만 산성비로 인해 토양이 산성화되면서 미생물이 전멸해 몇 년이 지나도 썩지 않아 거름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제때 치우는 일도 쉽지 않다. 낙엽이 지듯이 2025년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1년 열두 달을 다 채우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직전이다. 2025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수 7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변동불거(變動不居)'가 1위로 선정됐다.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며 변한다는 뜻이다. 끊임없는 변화와 불확실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올해 대한민국을 제대로 표현했다. 난장판이 된 국정이 원인을 제공했다. 다만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또 한 번의 성장통을 겪었다.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진영 간의 대립이 일상이 됐고, '네 편 내 편'으로 가르는 갈라치기가 정치의 본질이 된 탓이다.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그들의 싸움박질은 그칠 줄 모를 것이다. 그래도 새로운 해가 떠오른다. 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이다. 인생도 낙엽과 같다. 새순으로 시작해서 푸르름과 단풍을 거쳐 낙엽으로 사라지는 게 우리네와 다를 바가 없다. 식물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하는 낙엽이냐, 아니면 아무 데도 쓸모가 없는 쓰레기 신세가 되는 낙엽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잘났거나 못났거나, 많이 가졌거나 가진 게 없거나, 배웠거나 못 배웠거나 그놈이 그놈인 세상이다. 다 어우러져야 세상이 되는 게 이치다. 낙엽이나 사람이나 시한부다. 아등바등 몸부림쳐도 떨어지고, 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어느덧 새싹에서 푸르른 잎사귀로, 그리고 단풍이 든 뒤 떨어지는 낙엽의 신세가 됐다. 이파리 역할을 끝내고 낙엽까지 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 어느 순간 새순으로 끝날 수 있었고, 이파리가 된 뒤에도 찢겨 나가거나 영양부족으로 중도에 사멸할 수 있었지만 버텨낼 수 있었다. 세상과 사람들 덕분에 골인 지점까지 다다를 수 있게 됐다. 주어진 시간에 대한 마침표를 찍는다. <조상윤 논설위원>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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