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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빈틈은커녕 / 아무리 보아도 / 사방이 꽉 막히고 / 입구는 안 보이는데 // 입은 보여 / 입 벌린 게 보여 / 이는 하나도 안 보여 / 근데, 뭐라 말하는 것 같아 // 뭐라고? / 네가 입구라고?"(시 'ㅁ' 전문) 김용성 시인이 동시집 '우리 같이 가위바위보'를 냈다. 아이들의 일상을 생동감 있고 친근한 시어로 묘사한 동시 43편을 총 4부로 나눠 실었다. 동시집은 'ㅁ'으로 시작한다. "미음인지 네모인지 아리송한 'ㅁ'가 입 '구(口)'라고 자신을 말하는데, 상대는 듣고 싶은 대로 듣고 '입구'를 생각한다"는 시인은 'ㅁ'이라는 문자의 모양과 '입구'라고 읽는 소리에 집중해 문자가 해석될 수 있는 여러 방향을 한 시에 담아낸다. 시인은 "어른 뿐아니라 어린이도 겪는 이러한 마음 현상에 대해 어떻게 동시에 표현할 지 고민하며 썼다"고 '시인의 말'에서 전한다. 시를 쓰고 번역을 하는 그가 이처럼 어린이의 삶과 말을 여러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건, 어른보다 자유로운 관점에서 언어에 접근하는 아이들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 컸다.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는 어린이 특유의 언어가 동시 곳곳에 묻어난다. "물고기가 바닥에서 파닥파닥 뛰어요 / 넘어져도 발딱발딱 일어나며 뛰어요 / 바닥이 덩달아 팔딱팔딱 뛰어요 / 아저씨 손바닥도 물고기 따라 폴딱폴딱 뛰어요"(시 '활어천국 앞에서' 중) 30년 가까이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시인은 생김새만큼 생각도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기호'가 가진 의미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측면에서 유희적으로 언어를 바라봤다. "팔딱팔딱", "폴딱폴딱"처럼 그의 언어에는 생동감이 묻어난다. 또 "보와 만나면 / 가위는 가슴속 가위표 후련하게 잘라 내 / 보가 가위 상처 포근포근 감싸고 보듬어 주거든(시 '우리 같이 가위바위보' 중)"이라고 표현하듯이 부드러운 문체로 일상의 온기도 담담히 써내려간다. 해설을 쓴 김준현 시인은 "시인의 동시는 멈춰 있는 말에 형태를 부여하고 리듬을 부여해 움직이게 하고 나아가는 순간을 궤적으로 보여준다"며 "모든 말의 흐름을 따라 세계를 경유한 시인은 말이란 '물'과 같은 속성임을 깨달은 것처럼 보인다. 어떤 마음에 닿아도 그 마음에 맞는 형상이 되고 스며든다. 이 동시집이 어떤 마음의 지형에 닿든 부드럽게 스며들 것이라 믿는다"고 평했다. 서귀포에서 태어난 시인은 2014년 '문학바탕'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한 후 시집 '나는 물이다', 앤솔러지 동시집 '쉬, 비밀이야'를 펴냈다. 그는 현재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시 쓰기와 번역을 하고 있다. 그림 배도하. 상상. 1만4000원.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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