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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박진경 대령은 제주 4·3 학살의 주범인가'라는 질문은 이제 무용하다고 생각했다.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를 비롯해 초기 한국군 창설과 관련한 연구들은 강경진압의 주요 인물로 박진경을 꼽는다. 제주민예총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들이 박진경을 역사의 감옥으로 보내자는 운동을 벌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책임을 물어야 할 인물을 추모의 대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소박하지만 마땅한 사실을 직시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유족회가 함께 박진경 대령 추모비 옆에 역사적 사실을 바로 세운 안내판을 설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안내판은 극우 정당의 현수막으로 가려졌다. 4·3을 공산폭동으로 규정하고, 박진경을 '역사의 의인'으로 추모하자는 그들의 주장은 노골적이다. 제주4·3진상규명운동 과정을 통한 사회적 합의는 '4·3은 공산폭동이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심상치 않다. 제주4·3특별법 제정 초기 이승만의 양자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이 각하되고 진상조사보고서, 대통령의 사과, 국가추념일 지정이 이뤄지는 동안 숨죽였던 역사의 반동이 혐오의 언어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안내판 설치가 이뤄지는 동안 극우 유튜버들이 벌인 소동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내란 사태 이후 벌어지고 있는 극우적 반동이 체계화되는 과정이다. 사실을 논쟁으로 만들어서 역사를 왜곡하려는 극우의 전략은 이미 수년 전부터 체계적으로 진행돼 왔다. 정립회라는 이름으로 벌어진 표석 세우기와 진상조사보고서를 '좌파보고서'라고 규정하면서 벌어진 꾸준한 역사 왜곡이 전면화되고 있다. 그동안 극우의 역사왜곡을 사회적 논쟁의 장으로 끌어들이지 않는, 이른바 무시의 전략으로 대응해 왔다면 이제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진경 논란이 벌어지고 있을 즈음 국민의힘 제주도당의 핵심 인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진경을 옹호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4·3 학살은 박진경 재임 기간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거나, 당시 증언의 신뢰를 문제 삼는 내용이었다. 사실을 논쟁의 대상으로 삼아버리고, 역사 해석의 영역이라고 치환하는 태도는 명백한 반지성주의다. '건국전쟁 2'라는 영화가 박진경을 영웅시하고, 조선일보 등 극우 매체가 생존 9연대원을 인터뷰해 기사화하는 일련의 흐름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을 중심으로 극우의 역사왜곡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사실 왜곡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따져 바로잡아야 한다. 제주도도 안내판 설치에 그치지 않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역사 왜곡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 무시와 외면만이 능사가 아니다. 공공도서관에 버젓이 4·3을 '공산폭동'이라고 주장하는 책들이 비치되고 인터넷에도 극우의 주장이 체계화되고 있다. 양적 축적은 AI 시대에 극우적 학습의 배경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학살자를 학살자라고 말할 수 없는 시대는 또 다른 암흑이다. <김동현 문학평론가>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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