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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제주는 갈수록 증가할 돌봄 수요에 대응하고, 소득 빈곤율을 낮추기 위한 대책을 요구받고 있다. 한라일보DB “병원·시설 말고 살던 집에서 일상생활” 시험대 올라 “생계 위해서…” 노인 일자리 수요 대비 공급은 부족 60·70·80대 연령대별로 세분화한 일자리 정책 중요 [한라일보] 주민등록인구 66만4922명 중 65세 이상은 13만3087명. 지난해 11월 기준 제주도 인구 구조로, 노인인구 비중이 20%를 넘기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00년 고령화사회(7%)를 거쳐 2017년 고령사회(14%)에 들어선 지 불과 8년 만이다. 누구나 나이듦을 피할 수 없고, 평균 수명은 늘었지만 낮은 소득에 돌봄은 여전히 가족의 몫이고, 공적 지원은 한참 부족하다. 저출생에 따른 인구 감소와 5명 중 1명이 노인인 '인구비상사태'에 접어든 지금, '시설이 아닌 집에서 늙고 싶다'는 희망과 '일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현실'이 교차하고 있다. 돌봄과 소득이라는 이중 위기 앞에서 제주가 맞닥뜨린 초고령사회는 어떤 결단을 요구하고 있는가. l "시설 아닌 집에서 돌봄·의료를" 많은 노인들이 요양시설이 아닌 집에서 지내며 돌봄서비스를 받길 원하지만, 현실은 그 바람과 거리가 멀다. 부처·법령별로 나뉜 돌봄서비스가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개인은 적시에 맞춤형 돌봄을 받기 쉽지 않다. 오는 3월 시행을 앞둔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에 주목하는 이유다. 돌봄통합지원법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등이 읍면동 주민센터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직접 돌봄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한 것이 핵심이다. 수요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시설 중심이 아닌 '살던 곳에서의 돌봄' 실현을 위해 보건의료, 장기요양,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국가 차원의 돌봄 모델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통합돌봄지원법 시행에 앞서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시는 2024년 추진 기반 마련을 위한 기술지원형 시범사업 공모에 선정돼 지난해부터 서비스를 시작했고, 서귀포시는 지난해 하반기 선정돼 현재 사업을 준비 중이다. 제주시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협업해 통합돌봄이 필요한 고위험 대상자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도 운영 중이다.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가 한 팀을 이뤄 장기요양수급자 가정을 방문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필요할 경우 제주가치돌봄 서비스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현재 4개 병·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통합돌봄지원법 서비스 이용자 150명 가운데 145명이 재택의료센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돌봄 생태계 확장을 위해 제주는 2023년 10월부터 제주형 통합돌봄인 '제주가치돌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제 과제는 통합돌봄지원법과 제주가치돌봄을 어떻게 연계해 현장에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안착시킬 것인가다. 제주가치돌봄은 돌볼 가족이 없거나 갑작스러운 사고·질병 등으로 혼자 일상생활이 어려운 도민을 대상으로 한 생활돌봄·주거편의 서비스다. 이용자는 2024년 4458명에서 2025년 11월까지 8236명으로 늘어 돌봄 수요 증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제주도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무상 지원 기준을 중위소득 100% 이하에서 120% 이하로 완화했다. 통합돌봄지원법이 돌봄정책의 전환점으로 기대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주도의 컨트롤타워 기능과 예산, 요양보호사 등 핵심 인력 확보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읍면 지역 요양시설의 경우 이미 요양보호사 수급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제주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가 지난해 내놓은 '제주지역 장기요양기관 및 인력수급계획 수립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현장에 종사하는 요양보호사는 5006명인 반면, 수요는 2025년 7429명, 2035년에는 1만845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로 인해 부족 인력은 2025년 1171명에서 2035년 3849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김재희 고령사회연구센터장은 "제주는 주간보호센터나 요양원 등 장기요양서비스 기관이 동에 집중돼 있다. 읍면의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마을 중심의 돌봄 인력 확보와 사회서비스원이 읍면의 공적 돌봄을 맡는 걸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 중 현장 종사자는 20% 정도다.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낮은 임금과 사회적 인식도 낮은 편이어서다"라며 장기 종사자에 국비 지원 강화를 강조했다. 통합돌봄지원법이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제주도와 행정시의 컨트롤타워 기능은 물론, 예산 확보와 읍면동 전담인력 확충이 필수적이다.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제주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꼽힌다. l 생계 위해 일자리 찾는 노인들 나이가 들수록 근로·사업 소득이 줄어 빈곤에 더 취약하다. 노인들이 생계비 마련과 필요한 용돈을 위해 일자리에 참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데이터처의 '한국의 사회동향 2025'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소득 빈곤율은 39.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4.8%)의 두 배를 훌쩍 웃돌며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제주의 노인 인구 대비 일자리 참여비율은 지난해 10월 기준 11.8%로, 전국 평균(8.7%)을 웃돌며 17개 시도 중 5번째로 높았다. 제주에서 노인일자리사업은 '여가'보다 '생계'를 위한 선택에 가깝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2024년 '노인 일자리사업 수요 추정 및 시도별 특성 분석'에 따르면, '생계비 마련을 위해' 근로를 희망한다는 응답이 60.1%로 전국 평균(49.4%)을 크게 웃돌며 전국 여섯 번째로 높았다. 반면 ▷용돈 마련(18.8%) ▷여가·친교(17.6%) ▷건강 유지(3.5%) 등의 응답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제주도는 올해 노인일자리 사업 예산으로 지난해보다 16.1% 늘어난 869억원을 투입해 1만7475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수요에 비해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지난해 12월 올해 노인일자리 참여자를 모집한 결과, 1만1408명을 선발하는 노인공익활동 사업에는 1만2641명이 신청해 경쟁이 벌어졌다. 사회서비스형 사업은 4955명 모집에 9126명이 몰리며 수요가 집중됐다. 반면 802명을 모집한 공동체사업단에는 733명만 신청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65세 이상 기초연금·직역연금 수급자가 대상인 노인공익활동 사업은 하루 3시간씩 월 10일 활동하고 월 29만원의 활동비를 받는다. 노인의 경력과 역량을 활용하는 사회서비스형 사업은 65세 이상(일부는 60세 이상)이 하루 3시간씩 월 20일 근무해 주휴수당을 포함해 월 최대 76만원의 인건비를 받을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 제주도는 올해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지난해(3817명)보다 1138명 늘렸지만,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노인들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신규 직무 발굴과 일자리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노인 인구 편입을 앞두고, 획일적인 노인일자리에서 벗어나 60대·70대·80대의 신체 조건과 경력, 활동 역량에 맞춘 맞춤형 일자리를 세분화해 개발·공급하는 정책 전환도 요구된다. 제주시 노인일자리 사업 수행기관인 제주시니어클럽 김효의 관장은 "지난해 90세 이상 44명이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했을 만큼 고령층의 수요가 크다"며 "1차 베이비붐 세대에 이어 2차 베이비붐세대의 퇴직이 시작되면서 현장에서 노인들의 다양한 일자리에 대한 욕구를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돌봄이 절실한 순간, 누군가의 손길은 삶을 버티게 하는 보호막이 된다. 초고령사회에서 돌봄과 일정한 소득은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기준이다. 빈곤을 벗어날 수 있는 소득과 촘촘한 돌봄 체계가 함께 작동할 때, 고령자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존엄한 삶을 이어갈 수 있다. 문미숙기자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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