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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꼭 적토마가 아니어도 좋다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입력 : 2026. 01.14. 00:30:00
[한라일보] 2026년은 붉은 말의 해다. 띠의 색과 명칭은 육십갑자를 이루는 천간과 지지, 그리고 오행에 따른다. 말은 십이지의 오(午)가 상징하고, 붉은색은 십간의 병(丙)이 오방색 중 적(赤)에 해당돼 그에 따른 것이다. '병'은 양(陽)과 불(火)의 기운을 띠고 있어서 올해는 여러 면에서 활기가 넘치리라는 덕담이 들린다. 이를 보면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자연과 인간의 이치를 따르며 살고 있다.

한편, 여태껏 최고의 명마로는 중국 후한 말의 무장 여포가 탔던 적토마를 꼽는다. '삼국지연의'에는 이 말이 후에 관우를 태우고 전장을 누볐고 주인이 죽자 식음을 전폐하고 그 뒤를 따른 것으로 그려진다.

말에 관한 얘기들이 여럿 있다. 말은 영리하고 용맹하면서 온순하다. 경계심이 많고 잠도 대부분을 서서 잔다. 건장하고 빨라서 옛날에는 동서양 모두에서 중요한 교통수단과 군수물자로 쓰였다. 그런데도 무서운 밤길 벗으로는 말이 소만 못하다고 들었다. 소는 별걸 봐도 까딱없는데 말은 놀라면 자기가 먼저 달아난다고 했다. 말이 소보다 나은 것들이 있다. 겨울에 얼음이 언 물가나 눈 덮인 풀밭에 데리고 가면, 소는 멍하니 그냥 있는데, 말은 앞발로 얼음을 깨어 물을 먹고 눈을 걷어내어 풀을 뜯었다. 소는 자라면 제 어미도 몰라보는데 말은 평생 형제까지 알아본다는 얘기도 들었다. 말이 속보로 걷는 동작과 가요 '트롯'은 박자가 같은지 영어 표현이 둘 다 트로트(trot)로 같다.

제주도는 말과 인연이 깊다.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도로 운운하는 말도 있었다. 태풍, 가뭄, 홍수 등 삼재가 그치지 않았던 이 척박한 섬이 말이 살기에는 자연조건이 좋았던 것 같다. 원나라 사람들이 여기서 오래 말을 길렀고 그로 인해 피비린내 나는 참혹한 일을 겪기도 했다. 임진왜란 때 나라에 좋은 말들을 바친 헌마공신도 나셨다. 작아도 야무진 토종 조랑말이 유명하고, 영주십경에는 '고수목마'가 있다. 표선면 가시리에는 갑마장이 아직 남아있으며, 마방목지와 승마체험장이 여럿 운영되고 있다. 말은 옛날 농촌에서 소랑 같이 '밭밟기'와 '짐나르기'를 하고 마차를 끌었다.

올해에는 우리 제주가 말의 힘찬 기운을 받아서 좋은 일을 많이 겪었으면 좋겠다. 이 풍진 세상, 혹시 모를 세파도 말의 강인함으로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회갑을 맞은 병오생 외에, 무오생(누런 말), 경오생(흰말), 임오생(검은 말), 갑오생(푸른 말) 등 다른 말띠들도 같이 달리자. 다 함께 제주 초원의 풍광명미를 이루자. 여기엔 꼭 적토마가 아니어도 좋다. 수려한 말, 평범한 말, 길을 아는 노마(老馬)와 철없는 망아지들까지 다 좋다. 유월에는 이곳의 인재들이 출마하고 선택받을 것이다.

그들도 꼭 적토마일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평화로운 세상에서는 준마같은 꾼들보다 조랑말처럼 평범한 민초들이 하는 역할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종실 제주문화원 부원장·수필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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