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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작곡가로서 꿈만 같은 일이 필자에게 찾아왔다. 오스트리아 음악 출판사 유니버설 에디션(Universal Edition)의 예술위원회 심사를 거쳐 아티스트로 합류하게 됐다는 소식이다. 2025년 표선윈드오케스트라(감독 강훈)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위촉 작곡한 '아리랑 No.1'을 유니버설 에디션에 제출한 지 약 8개월 만의 결과였다. 제주는 늘 '자연이 아름다운 섬', '문화의 섬'으로 불린다. 반면 창작자의 입장에서 섬은 동시에 고립의 공간이기도 하다. 물리적으로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구조적으로는 유통과 교류의 중심에서 한 발 떨어져 있다. 섬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오며 늘 마주해 온 질문은 단순하다. 이 작업은 과연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가. 세계적인 음악 출판사 유니버설 에디션을 통해 작품을 국제적으로 출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면서, 이 질문은 개인의 경험을 넘어 구조의 문제로 다가왔다. 1901년 빈에서 설립된 유니버설 에디션은 오스트리아 음악 시장을 자국 출판으로 구축하고, 고전과 교육용 음악을 기반으로 하되 당대의 새로운 음악 언어까지 책임지기 위해 출범한 출판사다. 이후 말러, 쇤베르크, 바르토크 등 20세기 음악사의 전환점을 만든 작곡가들의 작품을 기록하고 유통하며, 이미 검증된 음악뿐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담은 음악을 선택해 온 출판사로 자리 잡았다. 국제 음악 출판 시스템과 직접 연결되며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졌다. 세계는 생각보다 가까웠지만, 동시에 매우 냉정했다. 작품은 지역을 이유로 평가받지 않는다. 다만 그 작품이 어떤 언어로 말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언어가 동시대와 소통 가능한지만이 남는다. 섬은 늘 경계에 있다. 바다와 육지 사이, 고립과 개방 사이, 전통과 현재 사이에 서 있다. 이 경계성은 창작자에게 고유한 질문을 던진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건널 것인가. 그러나 철학만으로 창작은 지속되지 않는다. 섬의 창작자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고독 그 자체가 아니라, 고독이 구조로 굳어질 때다. 작품을 발표할 무대, 기록할 시스템, 다시 불러낼 유통의 경로, 즉 재정의 선순환 구조가 부족할 때 창작은 개인의 소진으로 끝난다. 많은 지역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들고 사라지는 경험'을 반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화예술 정책이 고민해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다. 섬의 창작이 흐를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창작이 섬 안에서만 맴돌지 않고, 다른 섬과 대륙, 다른 언어와 연결될 수 있는 다리를 놓는 것, 그것이 정책의 역할이어야 한다. 세계와의 문화예술 교류는 더 많은 행사가 아니라, 더 오래 남는 경로를 찾는 것이다. 섬에서 태어난 창작이 섬을 넘어 세계로 나아갔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순환의 구조, 그것이 진정한 '문화의 섬'을 만드는 조건 중 하나일 것이다. <홍정호 작곡가>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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