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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124)기름 부으심을 받은 자*-박다래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입력 : 2026. 01.27. 03:00:00


기름 부으심을 받은 자*-박다래




[한라일보] 주유소가 교회가 된다는 소문을 들었다



주유소 땅 아래 기름 탱크

그 기름이 다 탈 때까지

주유소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고



그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왜 옳지 않은지 설명할 때



처마 아래

흰 비둘기들이 모여들었다



흐르는



피죤 밀크



이제 교회가 되어버린 주유소에서



기도하는 동안

몇 번이고



가스등이 꺼졌다 켜졌다



*「기름 부으심을 받은 자」부분

**'기름 부으심을 받은 자'는 성경에서 예수를 뜻하는 말

삽화=배수연



흔한 게 주유소와 교회이다. 둘 다 그 자체로는 나쁠 게 없으며 인간에게 꼭 필요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주유소와 교회로 빗댄 상반된 욕망과 힘은 인간과 인간을 에워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유용하다. 서로 '기름'을 가지고 있는 두 주체 중 어떤 기름이 인간의 존속에, 어떤 기름이 인간의 종말에 관심을 가질까. 주유소가 교회가 된다 해도, 교회가 주유소가 된다 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쩌면 교회와 주유소를 구분하려 들지도 않겠지. 어느 쪽도 끄지 않으려는 불, 오늘도 사람들은 모두 기름을 태우지만 그 기름이 무엇인지 과연 알아차릴 수 있을까. 시는 심지어 주유소가 없어진 자리에 교회가 들어선다 해도 "주유소 땅 아래 기름탱크/그 기름이 다 탈 때까지/ 주유소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고" 고(告)한다. 정화를 상징하는 교회 밑에는 죄악의 불길이 타오르고 그 불길은 종말이 올 때까지 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한없이 연약해 보이는 누군가의 기도는 어떤 '부재'를 찾는, 심령이 가난한 또 한 편의 시일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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