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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지나온 시간을 돌아본다. 삶의 비애와 슬픔, 허망함 속에서도 쉽게 절망하거나 희망을 잃지 않으려 했다. 노(老) 시인들이 전하는 시편들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ㅣ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흰구름 되어서 / 바람이 되어서 // 우뚝우뚝 나무가 되어서 / 시든 풀숲이 되어서 // 오로지 넘치는 나를 좀 버리고 / 네가 되어서// 그렇게 일곱 날 / 지구 반대편 탄자니아의 날들 // (중략) 꿈같은 인생길에서 다시 / 꿈을 꾼 것 같은 날들이 며칠."(시 '다시는 그날로 돌아가지 못하리' 중) '풀꽃 시인'으로 불리는 나태주 시인이 여행 시집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를 펴냈다. 여든의 시인은 6년간 후원해온 어린 소녀를 만나기 위해 꼬박 21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탄자니아에 도착했다. "눈이 크고 맑고 얼굴이 둥근" 여덟 살 아이는 어느새 "건강하고 씩씩한" 열다섯 소녀가 됐고, 시인에게 이번 여행은 또 하나의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붉은 먼지와 바람과 햇빛이 가득한 탄자니아에서 일곱날을 보내고 돌아와 다시 돌아켜 본 삶의 장면들을 시 134편으로 엮었다. 또 시와 함께 시인이 직접 그린 연필화 62점도 함께 담았다. 그림에는 탄자니아의 동물들, 산과 나무, 건기를 견디는 바오밥나무 등 애정어린 시선으로 그린 풍경들이 곳곳에 자리한다. 달. 1만8000원. ㅣ 빵점 같은 힘찬 자유 "나는 그때 세수도 안 하고 머리도 안 빗고 / 초라한 꼴로 동네를 누비다가 횡단보도 한가운데서 만난 것인데 / 그때 불현듯 나는 내가 자유롭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 그런 빵점 같은 힘찬 자유가 나는 좋다"(시 '자유라는 말에 대하여' 중) 김승희 시인이 열두 번째 시집 '빵점 같은 힘찬 자유'를 냈다. 2021년 만해문학상, 고산문학대상, 청마문학상 등을 수상한 '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람' 이후 5년 만에 펴낸 시집이다. 50여 년간 시를 써 온 그는 이번 시집에서 허망함에서 찾은 자유의 의미를 직관적이면서 역동성있는 다채로운 시어로 노래한다. 일상에 대한 통찰을 통해 허망으로 가득 찬 세계에서 역설적으로 우뚝 솟아나는 자유를 향한 의지를 담은 69편의 시를 총 4부로 나눠 실었다. 시인은 허망을 말할 때조차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시인은 '가난에 대하여'라는 시에서 "가난이 마지막 단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 말하며 "휘발되지 않는" 슬픔 속에서도 "어진 기운이 나오는 파릇한 움틀임"을 포착해내는 생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의지는 '그래도 푸른 하늘이 많다'라는 시를 통해 "희망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밤"에도 "돌이 기억하는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되뇌인다. 창비. 1만3000원. ㅣ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 "시가 늘지 않는다 //(중략) 살다보면 사랑도 늘고 술도 늘고 // 이별도 늘어가는데 // 나의 시는 늘지 않는다 // 인생이 늘지 않는다"(시 '나의 시' 중) 한국 서정시의 맥을 이으며 시의 지평을 넓혀온 이상국 시인이 열 번째 시집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를 펴냈다. 등단 50년을 앞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지나온 삶을 조용히 되돌아보며 인생을 성찰한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삶에 대한 연민과 경험을 담백하고 진솔한 언어로 담아낸 61편의 시가 담겼다. 시인은 '핑계'라는 시에서 "사람이 살려고 / 너무 애쓰는 일을 재앙"이라고 여기며 "가난하면 세상에 미안한 일이 적다"고 말한다. 또 '저녁의 위로'라는 시에서 "죽을힘을 다해 세상에 나와 / 어떤 사람은 평생 고기를 잡고 / 어떤 사람은 벽돌만 쌓다 간다"며 "저녁이다 슬픔들아 / 어둠의 등에 업혀 집으로 가자"고 한다. 삶의 비애와 슬픔을 품어온 그는 이 같은 서정의 힘으로 슬픔을 품은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를 전한다. 창비. 1만3000원.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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