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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훈의 한라시론] 상견례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입력 : 2026. 02.26. 03:00:00
[한라일보] 지난 주말 서울에서 상견례를 했다. 1년에 명절 2번, 제사 4번, 게다가 벌초까지 혼자 도맡아야 하는 종손 외아들을 둔 죄인의 심정이었지만 2시간 반 동안 화기애애하게 얼굴 한 번 붉히지 않고 자연스레 공감하며 흐뭇한 추억을 만들었다. 비혼주의, 비출산, 출산율 저하, 인구 감소, 지역 소멸, 늙어가는 제주, 지속 불가능한 대한민국 등 위기의 언어들이 난무하는 요즘에 결혼해서 애 낳고 장손 역할 다하겠다는 아들과 며느리 '가슴'(감)에게 그저 감동할 따름이었다.

문제는 장차 사돈 될 분들이다. 어느 누가 인생 바쳐가며 소중하게 키운 예쁜 딸을 저 멀리 변방 유배의 섬 제주도로, 그보다 친·외가 할머니 다 계시고 집안 대소사를 최소 50년 이상 독박 써야 하는 집안으로 시집보내려 할까?

안사돈 될 분이 제주 출신 회사 동료에게 물어봤는데, 제주도는 잔치를 3일 동안 한다고 했다며 걱정했다. 사실 1970년대만 해도 제주도 잔치는 최소 3일이었다. 바깥사돈 될 분의 제주 사람에 대한 기억은 참혹했다. 살면서 두 번 배신당했는데 그게 다 제주 출신에게서란다. 일어나 대신 사과하는 나에게 바깥사돈 되실 분이 말했다. "편견이라는 건 깨지라고 있는 거 아닐까요? 이 자리에서 그 편견이 다 깨졌습니다. 자주 놀러 갈게요. 은퇴하면 제주도 가서 '한달살이' 하고 싶습니다. 제가 워낙 바다 수영을 좋아해서요."

이렇다면 우리 사돈은 방문인구, 관계인구, 체류인구, 정주인구 어디쯤일까? 아마 방문인구→관계인구→체류인구→정주인구 순으로 진화하겠지!

코스피 지수가 6000을 돌파했다. 또한 2025년 대한민국 수출이 역대 최대, 7000억달러를 돌파했다. 2025년 제주도 수출은 전년 대비 80.2% 증가했다. 그러나 잔치는 수도권과 수출기업에만 집중돼 지역 경제는 여전히 밑바닥이다. 여론 조사에 의하면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화두는 민생과 경제다.

이 대목에서, 외부 의존을 줄이고 지역의 내재적 자원·기술·노동력을 활용해 지속 가능 발전하는 지역순환형 경제모델인 '내발적 발전'이 떠오른다. 비슷한 맥락으로 경제성장을 경제체제 외부에서 들어온 힘의 결과물이 아니라 경제체제의 내생적 결과물이라고 강조하는 내생적 성장이론의 주요 외생변수는 인구성장률이다. 그래서 제주도의 경우 제주살이, 워케이션, 이주민, 은퇴촌,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민자, 이주기업, 공기관 유치 등이 중요하다.

물론 생활인구 확대가 핵심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방문인구→관계인구→체류인구→정주인구 순으로 생활 인구를 늘리는 단계적 접근법이 적합하다. 단순 방문객(관광)이 제주와 정서적·업무적 유대(관계)를 맺고, 1박 이상 머물며(체류), 나중에는 이주(정주)하도록 유도하여 최종적으로 생활 인구를 증가시켜야 한다. 먼저,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오랜 '제주 바라기님'들을 매번 친절히 맞아야 하겠다. <진관훈 제주문화유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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