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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선의 하루를 시작하며] 나를 이끄는 말의 힘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입력 : 2026. 03.04. 01:00:00
[한라일보] 최근 같은 말을 듣고도 서로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마주하며 말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 봤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말을 전했음에도 각자의 반응은 달랐다. 누군가는 받아들이고, 누군가는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때, 말은 그대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경험과 마음을 거쳐 다르게 닿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 이후로 말을 꺼내는 일이 조심스럽다. 말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관계의 온도를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같은 문장도 누군가에겐 격려가 되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그 사실 앞에서 나 역시 말의 무게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깨닫는다. 누군가에게 상처가 됐을 나의 말과, 타인의 말에 흔들렸던 순간이 함께 떠올랐다. 그래서 때로 말을 아끼게 된다. 어쩌면 이러한 고민은 관계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래전 힘든 시간을 보내던 남매가 있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서로를 따뜻하게 챙기던 아이들이었다. 서로 애썼지만 가정의 어려움과 심리적 부담은 쉽게 가시지 않았고, 결국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시간을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소식도 멀어졌다.

그러던 올해 설날, 예상하지 못한 새해 인사가 도착했다. 새로운 곳에서 적응이 쉽지 않았지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잘 지내고 있다는 안부였다. 초등학교 시절 도움을 받았던 일에 대해 늦었지만 꼭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도 했다. 그리고 아이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많이 웃고 편히 가셨어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아픔을 설명하기보다 누군가를 안심시키듯 건네는 말속에서, 나는 한 사람이 스스로를 지탱해 온 내면의 힘을 느꼈다. 그리고 깨달았다. 사람을 버티게 하는 힘은 누군가의 조언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돌이켜보면 말의 방향은 언제나 내 안에서 시작된다. 내가 나 자신을 어떤 언어로 대하고 있는지가 결국 타인에게 전해지는 말의 온도를 만든다. 말의 힘은 화려한 표현이나 설득의 기술이 아니라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스스로를 이끄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말을 주고받지만 정작 자신에게 어떤 말을 건네는지 자주 돌아보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조언이 아니라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한 문장일지도 모른다. 그 한 문장이 하루를 버티게 하고 다시 걸음을 내딛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리더십은 말을 앞세우는 능력이 아니라 충분히 듣고 필요한 순간에 말할 줄 아는 태도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그리고 자신의 삶 앞에서 스스로를 이끌어가야 하는 존재로 살아간다.

오늘 나는 어떤 말로 나를 이끌고 있는가. 어쩌면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의 한 문장이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지선 서귀포시교육지원청 교육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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