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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명의 문화광장] 따뜻한 밥 한 끼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입력 : 2026. 03.10. 01:00:00
[한라일보] 얼마 전, 대정읍에 갔었다. 그때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줄지어 어르신 유모차를 끌며 한 곳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어르신들 모아 놓고 과장 광고된 물건 등을 판매하고 있다는 뉴스를 본 터라, 어머님 한 분을 따라가며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어머니, 어디 가세요?" "경로당에 곤밥 먹으로 가쥬 마씸."

나는 경로당 어르신들 주 5일 식사 정책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뤄지고 있으며 각 지자체가 자구책 마련을 위해서 고심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던 생각이 나서 따라 들어가 보았다.

30명은 넘어 보이는 어르신들이 밥상 앞에 앉아있었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고슬고슬한 밥, 구수한 배추 된장국. 아침도 거른 뱃속에서 갑자기 시장기가 확 올라왔다.

"너무 맛있어 보이는데, 저도 얻어먹을 수 있을까요?"

세상에 주변머리 없기로 둘째가라면 서럽고, 모르는 사람과 밥 먹기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나인데, 어쩌자구, 나도 모르는 너스레가 툭 튀어나온 것인지…. 어릴 때 외할머니가 해 주시던 꿀맛 같은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경로당 회장님께 경로당 식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서귀포시는 대한노인회 한성율 지회장이 당장에 재정 지원은 없지만, 그래도 밥 하는 어르신들이 있으면 하루에 한 끼라도 거르지 않고 먹을 수 있을 테니, 급식 도우미부터 시작하자고 해서 경로당에서 밥을 하기 시작했지 마씸."

하지만 예산 지원은 없고, 지금 나오는 얼마 안 되는 보조금으로 언제까지 제공할 수 있을지 염려스럽기 그지없다는 경로당 회장님의 근심을 들으면서 마음이 몹시 무거웠다.

2026년 1월 31일 기준 서귀포시 인구 17만9232명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4만3847명으로 24.4%를 차지하고 있다. 높은 고령비율을 감안하면 하루 한 끼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는 물론이고, 영양 균형을 고려한 식사 제공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런데 서귀포시 152개 경로당 가운데 주 5회도 아니고, 주 3회 한 끼를 제공하고 있는 경로당 수가 3분의 1에 못 미치는 40여 곳에 불과하다고 하니, 무엇보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한 끼라도 영양 균형에 맞는 식사를 매일 한다면 노인 인구의 병원 진료비는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사업이 단기적으론 행정에 부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론 건강보험비 등을 아껴 재정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사업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서귀포시의 장기적인 노인 정책으로 자리를 잡아야 하는 시급한 현안이 아닐 수 없다.

하루속히 어르신들의 주 5회 식사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정부와 제주도에 주문한다.<장수명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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