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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규만 박힌 이야기… 8년 전의 이름 사라진 백비
[리뷰] 제33회 4·3예술축전 창작극-78주년 4·3전야제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6. 04.05. 17:08:59

지난 2일 저녁 제주도 문예회관 야외 광장에서 열린 제78주년 4·3전야제. 진선희기자

[한라일보] 제주4·3 진상 규명 운동의 역사에서 제주 예술인들은 한발 앞서 문학으로, 미술로, 마당굿 등으로 그날을 말했다. 4·3을 통해 시대정신을 읽으려 애쓰며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 그런 점에서 제주민예총 등이 주최해 지난 2~3일 제주도 문예회관에서 잇따라 개최된 제78주년 4·3전야제와 제33회 4·3예술축전 창작극은 아쉬움을 남겼다.

3일 저녁 대극장 무대에 올린 창작극 '무제: 사라진 자들의 이야기'에는 라이브로 연주하는 귀 익은 클래식 선율을 따라 극의 메시지를 담은 노랫말이 흘렀다. 거의 80분 내내 10명의 배우가 연기와 노래를 하는 등 혼신의 힘을 쏟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시인, 잡초, 화석, 까마귀, 억새 등 저마다 다른 역인데도 캐릭터 차이 없이 절규만 들리는 듯했다.

연출가는 "기록되지 못한 채 잊힌 존재들의 목소리"를 언급했지만 그간 익숙하게 봤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연이든 사람이든 제주의 4월을 건너온 생명마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겠나.

4·3희생자 추념일 전날인 2일 저녁에는 전야제가 펼쳐졌다. 전야제 직전에 제주시 도심에서 진행된 4·3평화대행진과 연계했다지만 제대로 이어지지 않은 듯했다. 청년층의 호응도를 이끌어낸 공연 등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있었음에도 객석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맨 마지막 백비 퍼포먼스에 대해선 70주년 행사를 떠올린 관객이 있었다. 그는 "올해처럼 문예회관 야외에서 열렸던 70주년 4·3전야제에서는 백비 모형에 '4·3민중항쟁'이라고 새겼는데 이번 영상 속 세워진 백비에는 이름이 없더라"며 "청중들과 '잠들지 않는 남도'를 부르는 프로그램을 별도로 짜는 등 매년 젊은 세대와 함께 4·3을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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