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영화 '힌드의 목소리'. [한라일보]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전쟁의 복판에 남겨진 한 어린이의 절박한 목소리로 시작한 영화 <힌드의 목소리>는 그 질문을 남기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4년 1월 29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피 명령이 떨어진 날, 이슬람권 구호단체인 적신월사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피난 중이던 한 가족의 차에 총격이 가해져 동반했던 가족들이 모두 목숨을 잃었고 여섯 살 힌드 라잡만이 홀로 차 안에 갇혀 있는 상황. 힌드는 공포에 질린 채 내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한다. '나를 데리러 와 달라고'. 튀니지 출신의 감독 카우타르 벤 하니야는 사건 당시 실제 녹음 파일을 그대로 영화에 사용했다. 한드를 구조하는 데 걸리는 물리적 시간은 8분 정도이지만 복잡한 조정과 승인 절차로 인해 구조 작전은 무려 5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힌드의 목소리를 붙잡은 채 지독할 정도로 답답하고 분노로 폭발할 것 같은 시간이 적신월사 안에서 이어진다. 러닝타임이 지속될 수록 관객들이 느끼는 감정 또한 콜센터 직원들과 함께 누적된다. '우리는 왜 아이를 구하지 못하는가'. <힌드의 목소리>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넘나드는 구조로 만들어진 영화로 힌드를 구하기 위한 작전의 한복판에 관객들을 데려다 놓는다. 그러나 작품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큼 어떤 이들은 이 답을 모르지 않는다. 그들은 힌드를 구하지 못헸고 지금의 우리 또한 또 다른 힌드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발발한 가자전쟁의 비극은 여전히 지속 중이다. 가자지구에서는 1만 8천명 이상의 어린이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스라엘의 봉쇄정책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의 삶을 지속할 수 없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소셜 플랫폼이 국경을 넘나들며 무수하게 많은 이미지들을 퍼 나르고 있는 시대다. 참혹한 이미지들 또한 여과 없이 흩뿌려진다. 우리는 대중 교통 안에서, 침대 위에서 몇 초에 불과한 이미지들로 동시대의 비극과 마주한다. 그 고통을 들여다 보는 일은 삶으로 쉽사리 들어오지 않는다. 불편하고 당황스럽기에, 내 일상과는 너무 먼 일이기에 그저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면 그만인 일이 된다. 마음은 안타깝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내 삶에 끼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기에 잊히는데 큰 수고가 들지도 않는다. 뉴스라는 것이 다 하지 못하는 일을 예술은 좀 더 많은 시간을 들여 해내고자 한다. 그것이 <힌드의 목소리>를 장편영화로 만든 이들의 믿음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영화관이라는 공동의 공간 안에서 '힌드의 목소리'를 듣고 보는 일은 스크롤을 움직일 수 없는 행위가 된다. 과거의 현실인 동시에 현재도 지속 중인 참극의 목도는 깊이 알게 된 이후 돌이킬 수 없는 자신이 됨을 의미한다. ![]()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