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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병의 목요담론] 동박새의 울음 그리고 하나의 외침
김완병 hl@ihalla.com 기자
입력 : 2026. 04.09. 01:00:00
[한라일보] 늘 4월이 되면 동백나무 꼭대기에서 울던 동박새가 제78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우렁차게 동참했다. 사실 동박새는 붉은빛을 토해내는 선흘리 동백동산을 방문했다가 피와 총성에 겁을 먹고 숨죽여 살아왔다. 대신 그림과 사진 그리고 노래와 문학으로 그날의 영령들을 위로해 오다가 죄책감을 씻어내게 됐다. 만신창이가 된 동백동산을 살려내고 충격과 절망의 소용돌이에서 제주 사람들을 구해냈다.

동박새의 노래는 숲의 마취제처럼 사람들의 울분을 치료하는 특효약이다. 우울과 불안 그리고 통증과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지게 해준다. 작은 동박새도 그렇지만, 직박구리와 큰부리까마귀도 자주 볼수록 정감이 깊어진다. 숲에서 본 동박새보다 무대로 올라온 동박새의 울음이 더 생생하고 고결했다. 화려하지 않은 동박새의 외출은 모두의 눈시울을 적시기에 충분했다.

4월의 동박새는 저 멀리 숨비소리처럼 고통스러움과 간절함을 안고 운다. 하얀 눈길과 빨간 동백꽃을 기억하는 깃털 달린 생명들이 불안에 갇힌 듯 예민하다. 번식기를 맞은 동박새는 한시도 쉴 틈 없이 요란한 행동을 보인다. 혼자가 아니다. 저마다 짝을 맺기 위해 분주하지만, 때가 되면 평온을 되찾는다. 함께 있어야 더 안전하고 함께 움직일수록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음을 터득해 왔다. 무엇이 공동체이고, 어떤 행동이 공동체를 허무는지도 안다.

겨울이 되면 동박새는 또다시 분주하다. 침묵하는 듯하지만 그들만의 소리로 서로의 안위를 걱정한다. 윤기가 흐르는 동백잎 사이를 오가며 동백꽃 꿀통을 조용히 찾는다. 꽃은 새에게 꿀을 주고 새는 꽃가루를 운반해 준 덕분에, 나무는 모여서 살게 돼 행복하다. 함께라면 늘 경외롭고 아름답다. 공진화는 서로에게 아픔과 슬픔 대신에 치유를 선물한다. 그러니 둘은 분열하지 않고 서로에게 보물이 돼준다.

숲의 공진화는 치열하고 복잡한 경쟁 속에서도 연대와 해체 그리고 소통과 공유를 통해 질서있게 작동한다. 수렵과 벌채의 시대를 지나 인공지능과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도 국가 간의 군비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생태·평화·생명의 힘이 무너지고, 함께 걸어왔던 그리고 함께 걸어가야 할 공동체의 당위성마저 쓰러지고 있다. 절대 강자만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모두의 생존전략이 통하는 세상이 돼야 한다.

4월의 호르무즈 해협이 국가 폭력으로 일촉즉발이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리고 더 가까이 더 많이 모여 살지만, 이웃 간의 만남은 더 멀고 적어졌다. 더 멀리 걷고 달리고 더 좋은 약을 먹고도 저마다 좌불안석이다. 가장 현명하다고 자부하는 이들이 가장 잔인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 가장 똑똑한 사람들은 조용히 관망할 뿐이다. 4·3과 같은 국가 폭력은 그 어디에서도 자행돼선 안 된다. 가장 작은 동박새의 외침이 모두의 심금을 울리듯, 모두가 하나의 외침으로 침묵과 불안을 떨쳐내야 한다. <김완병 제주학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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