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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
[이상민의 백록담] 혼란만 안긴 민주당 경선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26. 04.27. 01:00:00
[한라일보] 최근 끝난 더불어민주당 제주지사 후보 경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든 생각은 희미한 적과 아군의 경계만큼이나 유권자에 대한 염치마저도 갈수록 사라지는 것 같다는 것이다.

경선은 같은 당 후보끼리 하는 경쟁이니 모두 아군이지, 적군이 될 수 있느냐고 타박하는 이도 있을 테지만 선거 과정에서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적과 다름없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언론인 故 강정홍 씨는 선거는 일종의 축제이고, 또 축제는 '다함께 살자'는 놀이이기 때문에 모든 참가자를 승자로 만든다고 했는데, 지난 경선은 시쳇말로 '너 죽고 나 살자'는 싸움이었다.

후보들 간 네거티브 공세가 판을 치고 각 진영 지지자들 사이에선 상대방을 향해 '금수만도 못하다'거나, '위선자다'라는 등 수위 높은 비방이 쉴 새 없이 오갔다.

그렇게 적대적으로 싸우던 그들은 어느 순간 아군이 된다. 본 경선에서 패배한 오영훈 지사는 도정 복귀를 하루 앞둔 4월12일 일요일 SNS에 글을 올려 위성곤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다음날 오 지사 선거 조직은 위 후보 아군으로 대거 합류했다.

오 지사는 도정 복귀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지 글 게시 행위가 공무원으로서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주말 신분과 (지난 13일) 신분은 다르고 법적으로 접근하면 된다"며 공직선거법에 저촉되지 않으니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염치없는 답변이다. 선거법 저촉 여부만 따질 생각이었다면 도지사로 복귀하지도 말았어야 한다.

도지사는 일선 공무원들의 선거 중립 의무를 철저히 감독하는 자리다. 본인은 특정 정치인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혀놓고선 부하 공무원들에겐 '너희는 하지 말라'고 명령하겠다는 것이 염치없이 가능한 생각인가.

나머지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경선이 끝나니 한결같이 '원팀'이 되겠단다. 물론 원팀 선언은 당의 승리가 최대 과제인 민주당 당원들에겐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경선 과정에서 발생한 당내 분열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 본선 승리도 그만큼 멀어진다는 사실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도내 유권자가 전부 민주당 당원은 아니지 않은가. 경선 과정 내내 상대방은 도지사감이 아니라고 그렇게 공격 해놓고선, 이제 와서 경쟁 후보가 도지사로서 적임자이니 한 표를 달라고 호소한다면 민주당 당원이 아닌 나머지 유권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판단해야 하나.

이럴 거면 광역단체장 경선 후보도 100% 당원 투표로 뽑으라. 왜 피곤하게 무당층까지 경선 투표에 끌어들여 혼란만 안겨준단 말인가. 이런 식의 네거티브 경선 문화는 유권자에 대한 도리도 아닐뿐더러, 정치 혐오만 더 깊어지게 할 뿐이다.

안타깝지만 정치 문화가 퇴행을 거듭할수록 책임은 우리들이 짊어져야 한다. 갈수록 선거판이 혼탁해지고 옳고 그름의 경계가 희미해진다고 해서 우리의 판단마저 흐트러지면 정말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이상민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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