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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마지막 야구 경기'. [한라일보]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할 수 있나요?"라는 말에는 여러 의문이 담겨 있다. 좋아함과 일이 충돌하지 않고 함께 갈 수 있는지, 그것이 생활에 충분한 경제적 보상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타인과 세상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그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는지. 방영 중인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의 주인공 황동만(구교환)은 20년째 장편 데뷔작을 내놓지 못한 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지탱하며 여전히 영화라는 좋아함의 영역을 떠나지 못하는 이다. 그는 이미 데뷔작을 내놓은 동료들의 모임에서 사사건건 분란을 만든다. 눈치도 없고 배려도 없고 무엇보다 돈도 없는데 심지어 주눅드는 법도 없다. 이런 세상에나. 온몸 여기저기에 미운 털이 박힌 줄도 모르고(사실은 알면서도) 그는 타인에 대한 일갈을 멈추지 못한다. 열정과 질투가 혼재된 채로, 간절함과 무기력함이 뒤엉킨 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좋아함을 껴안은 채로 말이다. 세상은 늘 일인분의 책임을 요구한다. 어른이 되었으면 허황된 꿈은 접고 자신의 몫을 하며 스스로를 먹여 살리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을 우리는 각인될 만큼 들어왔다. 그런데 누구도 그 꿈을 어떻게 접는 지는 가르쳐 주지 않는다.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꿈은 그렇게 자연히 사라지는 것일까. 놓지 못한 꿈들을 그저 안고 세상의 모든 계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해지는 비난은 그토록 정당한 행위일까. 사회적 성공에 이르지 못한 이들은 자신의 그늘에 드는 햇빛 마저 귀하게 여긴다. 떨어지는 낙엽에서도 행운을 본다. 숫자로 세지 못할 것들을 헤아릴 줄 안다. 끊임없이 남의 동네를 헤매고 자신의 집 안에서 잠 없는 꿈을 꾼다. 미련한 사랑이 결국 승리에 가 닿지는 못하겠지만 승리가 목표가 아닌 이들에게 굳이 돌팔매질을 할 이유를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타인의 쓸모를 발견해야 직성이 풀리는 세상의 흐름이 싫다. 나는 매일의 가치를 캐내기 위한 모험을 시작하는 이들을 더 많이 보고 싶다. 풍덩 뛰어들어 어디든 가려는 몸짓들을 나 또한 씩씩함의 동조로 응원하고 싶다. 카슨 룬드 감독의 영화 <마지막 야구 경가>는 누군가에게는 그저 무용함으로 보일 그들만의 꿈의 구장을 보여주는 영화다. 아마추어 야구팀 선수들은 긴 시간 동안 매주 일요일 오후마다 솔져스 필드에서 경기를 이어왔다. 이제는 체력도 기력도 충분하지 못한 중년이 되었지만 열정만큼은 여전히 식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의 야구장이 학교 부지로 선정되며 사라질 위기에 놓인다. 오랫동안 우리가 밟고 뛰고 소리 지르고 얼싸 안았던 곳에서 그들은 마지막 야구 경기를 위해 한 자리에 모인다. <마지막 야구 경기>는 어느 가을날 오전부터 밤까지 야구장에 모인 이들의 시간을 지켜보는 영화다. 이들에게는 점수를 내고 이기는 일이 크게 중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노련함 위에 무겁게 입혀진 세월 덕에 잽싸고 영민한 플레이를 이어 가기는 힘들고 종종 경기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가 나누는 대화가 아닐까 싶다. 야구가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나는 게임이 아니기에 승리와 패배를 가르는 일은 하염없이 지연된다. 잦은 실책이 발생하고 선수들은 각각의 사정으로 경기장을 떠나기도 한다. ![]() <마지막 야구 경기>는 관객에게 기대하지 않은 감정을 전해주는 영화다. 이별의 의식에서 이어질 뭉클한 감동의 순간을 예상했지만 영화는 무척이나 덤덤한 어조로 엔딩을 만든다. 마지막의 다음을 당연히 기약하는 것처럼. 오랜 시간을 함께 모여 서로라는 관계를 나눴던 이들이 다시 이어질 것이라는 담담한 믿음이, 공간이 사라진다고 해도 영원히 잊히지 않을 시간이 있다는 충만함이 영화에 깃들어 있다. 그저 좋아서 하는 일에는 언제나 사랑이 필요한 법이고 사랑이 만든 것은 변색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이들에게 세상은 언제나 충분한 도화지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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