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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스승의 날…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제주 고교 교사 추행 사건, 법원서 학생 비행 사실 인정
가해 학생 보호처분… 피해 교사 "1년만에 피해자 인정"
"교사 보호 못하는 교권보호위" 구조적 문제 집중 제기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입력 : 2026. 05.11. 16:44:38

제주도내 한 고등학교에 근무하다 학생으로부터 교권침해 피해를 입고 휴직 중인 A교사가 11일 제주교사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지은기자

[한라일보] "돌아가고 싶었는데…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약 1년 전, 떠밀리듯 학교를 나와야 했던 A교사(40대)는 여전히 교단 밖에 있다. 자신의 반 학생의 강제 추행 미수와 폭행을 주장해 온 지 1년 만에 '피해자'임을 법적으로 인정받았지만, 홀로 싸워야 했던 그 시간은 떠올리는 것 자체로 큰 고통이다. "다른 선생님들이 저처럼 홀로 1년을 싸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는 A교사는 11일 제주교사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통해 '교권보호위원회'가 피해 교사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범죄 단정 못해?" 법원 판결 달랐다

지난해 5월 15일 '스승의 날'이었다. 도내 한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A교사는 "교직 10년 차인 제 삶이 그날 송두리째 뒤바뀌었다"고 했다. 야외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혼자 교실에 남아 휴대전화를 하던 학생을 지도하다 교무실의 다른 교사에게 인계했던 일이 시작이 됐다. 다음날 해당 학생은 공개적인 공간에서 지도한 것이 명예훼손이자 2차 가해라며 A교사를 고소하겠다고 나섰고, 대화로 문제를 풀려던 A교사를 복도로 불러내 껴안으려 하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팔을 강하게 잡아당기기도 했다. A교사는 그 즉시 학교에 알렸지만,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10일간 해당 학생은 A교사 근거리에 접근하거나 새벽에 연락하는 행위를 이어갔다.

결국 제주시교육지원청 지역교권보호위원회(이하 교보위)에 신고했다. 하지만 가해 학생에 대한 처분은 '사회봉사 10시간, 심리치료 12회'에 그쳤다. A교사는 "CCTV라는 객관적 증거가 있었던 껴안으려는 시도도 '성적 혐오감은 느꼈지만 성폭력 범죄 행위로 단정 짓기 어렵다'는 이유로 더 무거운 조치에 이르지 못했다"며 "교보위를 거쳤음에도 가해자와 실질적 분리가 이뤄어지지 않았기에 그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휴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토로했다.

그때부터 외로운 싸움이 시작됐다. 경찰 수사는 불송치(무혐의)로 종결됐지만 A교사가 검찰에 이의신청을 하면서 재수사 결정이 났다. 이후 보완 수사를 거쳐 법원 심판까지 받게 됐다. A교사에 따르면 지난 4월 소년법원은 강제추행 미수 및 폭행 등에 대한 고소에 대해 학생의 비행 사실을 인정하고 보호처분 결정을 내렸으며, 이 판결은 항소 없이 확정됐다. 사건 발생 1년 만에 교보위와는 다른 판단이 나온 것이다. A교사는 "교보위는 '성폭력 범죄 행위로 단정 짓기 어렵다'고 했지만, 법원은 달리 판단했다"며 교보위의 구조적 결함을 지적했다.

A교사는 '교권보호위원회'가 범죄 피해 교사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적 개선을 촉구했다. 김지은기자

|"교권보호위 제도적 결함 보완을"

교보위는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침해한 학생, 보호자 등에 대한 조치를 심의하고 관련 분쟁을 조정하는 기구다. 제주에선 제주시·서귀포시교육지원청이 각각 지역교권보호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A교사의 사례처럼 교권침해 사안에 범죄 행위가 포함돼도 법리적 검토를 위한 공식 절차가 없는 데다 다수결 방식으로 점수를 산정해 처분 결과를 정한다는 점에서 전문성, 공정성 등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A교사가 자신의 사안에 대한 교보위 회의록을 정보 공개 청구해 검토한 자료를 보면 교보위 위원 7명 중 1명만이 당시 사건이 강제추행 미수에 해당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위원 7명 중 3명이 침해 심각성, 고의성을 '높음'(4점)으로 평가했지만 나머지 4명(과반)이 이를 '매우 낮음'(1점)으로 평가하면서 최종적으로는 각각 요소의 산출 점수가 '매우 낮음'으로 결정됐다. A교사는 "단 1명의 차이로 결정적인 점수 차이를 만들어내는 이 산출 방식이, 한 교사의 인생을 뒤흔들 수 있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으로 정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A교사는 교보위 결정에 불복하는 절차가 부재한 문제도 거론하며 "'교권침해 불인정' 결정이 아닌 이상 처분의 경중에 이의를 제기할 공식 절차가 없다. 민형사 소송과 달리 재심 청구나 행정심판이 사실상 차단된 구조"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보위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교사가 스스로 검찰 이의신청을 하고 소년 심판까지 이끌어내야 하는 현실이 지금 교권 보호의 민낯"이라며 "다시는 교사로서, 인간으로서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교보위의 결정이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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